'에피소드1: 돈 갈르는 날'
나는 선주의 딸이다.
아니 딸이었다.
내가 어릴 적 아버지는 '경복호'선주이면서 선장이었고 우리 배에는 선원도 꽤 있었다.
제일 기다려지는 날은 선원들 '돈 갈르는 날'이었다
한 달 매출에 따라 선원들에게 지급되는 소득도 달라지기 때문에 월급이라기보다는 함께 번 돈을 비율로 나누는 개념이었다.
선원들은 봉투를 받아 쥐고 즐거워했으며
내게는 아이스크림이나 초코파이 그리고 용돈이 쥐어졌다.
생일, 어린이날, 설날, 추석날 모두 합친 것보다 '돈 갈르는 날'이 몇 배는 더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날은 선원은 물론 동네 삼춘들도 모두 우리 집으로 와서 술과 음식을 같이 먹었다
우리 집은 그야말로 하루 종일 술과 음식이 넘쳐나는 잔치집이 돼버리곤 했다.
경복호는 쾌 큰 배였다.
밤에 출항을 하면 며칠을 바다에서 조업을 하고 귀항했다.
배가 바다에 있는 날 저녁이면 우리 가족은 앞동산에 올라갔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높은 그 곳에는 바다에 나간 가족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사람들로 늘 북적였다.
바다 위 조업하는 배들의 반짝이는 불빛이라도 보고 있으면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던 것 같다
지금도 문득문득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날이면 잠결에 들었던 어머니의 한숨 소리가 불현듯 생각나고
태풍이 심한 날에는 혹시나 모를 누군가의 배가 바다에 나가 고생하고 있지는 않은지 나도 모르게 기도하는 마음이 되곤 한다. '무사히 귀항하게 해주세요'
오늘도 바다에 나가 있는 모든 배의 안녕과 그 가족의 평안을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