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기운은 현관문 앞에서 다 털어주시기 바랍니다.

나의 신혼 일기 - 1

by 도토리의 일상

'부정적인 감정은 현관문 앞에서 탈수기에다 탈탈 털고 들어오는거야.'


회사에서의 온갖 스트레스를 한데 뭉치고 뭉쳐 응축시켜서

집에 와서는 뚱하고 억울한 얼굴로 집에 있는 내 사람에게 확 던지는 것이

나의 가장 안 좋은 습관이었다.


본가에서 살 때는 그 돌이 들어가 있는 눈뭉치를 엄마한테 던졌고,

결혼한 이후에는 남편한테 던지게 되었다.


엄마는 그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쏟아내는 부정적인 단어들과 스트레스들을 가만가만 들어주곤 했다.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미안해' 라는 말을 하면서.


남편한테도 습관처럼 상대를 바꾸어 마구 돌덩이를 쏟아내던 어느 날

문득 이 사람은 나쁜 일이 안 생길까 궁금해졌다.


그런 건 아니었다.

세상이 나만 억까한 게 아니라면,

이 사람도 분명 힘들었다.


그래서 물어보니 현관문 안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못 들어오게

다 털고 집에 온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힘든 일들을 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에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리얼(?)하게 전해주는 것은

가족에게도 힘듦을 지우는 거라면서.

그래서 탈탈 털고 맑은 표정과 맑은 마음으로 집에서만큼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조절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나만 잘난줄 알고 살았던 것이

참으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우리 가족에게 나도 모르게 그런 감정적인 짐을 지우게 한 것이

미안했다.


그래서 그날 이후 나도 현관문 앞에서 마치 소독하듯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탈탈탈~ 탈수기에 털고 집에 입장하기로 했다.


이렇게 나와는 다른 사람을 만나 또 하나 배워가는 중이다.

결혼의 좋은 점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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