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②] 여행은 뜻밖의 순간들의 연속

후쿠오카 여행기

by 도토리의 일상

여행은 뜻밖의 순간들의 연속이다.

결국 인생은 여행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인생도 뜻밖의 연속이겠지.

머리로는 알지만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때가 있다.

당시에는 잘 모르지만 항상 지나고 나면 좋은 '뜻밖'도 많다는 사실.


내가 시간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으며

모든 걸 계획표대로 여행하는 나는 특히나 여행의 바로 그 순간에는

즐거움을 알아차리기 많이 어려운 편이다.


그래도 요새는 여행 기간 중 매일 밤, 그날 찍은 사진들을 돌아보며

찬찬히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렇게라도 느린 속도지만 알아가면 되지...!


인생도 매일 나만의 사진첩을 열어보면서 돌아보다 보면

일상 찰나의 즐거움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시차를 줄이는 방법을 오랜 시간에 걸쳐 배우는 중.

후쿠오카로 출발하기 전날 밤.

되도록 많~이 놀고 오자는 마음에 새벽 비행기를 예매했고,

인천 공항 근처 숙소를 잡아 하룻밤을 묵었다.


인천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버스를 오랜 시간 타고 내린 뒤,

불빛 하나 없는 밤을 가로지르며

숙소로 가던 길에 별이 쏟아질 듯 많이 보였다.


우리나라도 별이 이렇게나 많이 보였구나?!

놀라움에 늦은 시간이어도 발걸음을 멈추고, 숨도 멈추고

별 사진을 찍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여행이 아직 시작되기 전'에 발생한 뜻밖의 순간.

행복한 기대감을 가득 안고 숙소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숙소에서 무료 셔틀을 운행해서

첫 타임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던 20분.

한국인들이 가득한 차에 외국인 손님 한 명이 숙소 주인과 영어로 대화하는 것을

가만히 듣다 보니 재밌는 얘기도 많이 나눈다.

너무 조용한 차 안이라 영어밖에 안 들리는데, 어쨌든 알아들은 말이 있고 재미도 느껴서

꽤나 뿌듯했던 뜻밖의 순간.

공항에서 체크인 끝나고 배고픈 배를 달래기 위해

파리바게트에서 각자 빵을 고르고 한 입 먹었을 때,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놀라워하며 먹었다. 그 순간도.

일본으로 비행기 타고 날아갈 때,

잠깐 비행하는 건데도 이렇게 하늘과 지구가 아름다울 일인가?

감탄하게 되던 순간.

새벽에 일어나서 피곤한데도 눈 뜰 때마다 사진을 찍게 됐다.

후쿠오카 국제공항을 나와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공간.

버스 정류소에는 워낙 많은 한국인들이 방문한다는 것을

자랑하듯 한국어로 안내문이 쓰여있을 정도였다.

공항 편의점에서 산 하이츄를 먹으며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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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카타역에 도착해서 유후인 가는 기차를 기다리며, 후쿠오카 지방에서 유명하다는

모츠나베를 맛보았다.

처음에는 국물이 거의 없어서 이게 나베가 맞는지, 잘못 시킨 건 아닌지 걱정한 것도 잠시.

곧 국물이 냄비에 찰랑이도록 차오르기 시작했다.


사실, 하카타역에서 JR 레일 패스를 교환하고 다음 여정 기차도 발권했어야 되는데

일본어를 못하다 보니 역무원이 말하는 걸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데다

원래 계획에 있던 기차 시간이 매진이라 다른 시간대에 이동한다는 사실 때문에

잠시 심란해졌었다.


그래도 결국 차오르는 모츠나베 국물을 보면서 괜히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적당한 시간에 갈수만 있으면 되는 건데.

욕심은 조급함을 불러일으키고 여유를 뺏어간다는 걸 다시 한번 새겼다.

하카타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한다는 갑작스러운 설렘이 새삼스레 찾아왔다.

역시 기차역은 설레는 공간.

유후인으로 가는 열차는 빨간색인데 내부는 목재가 많은

뭔가 고전적인 모습이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같은 모습에 또 한 번 감동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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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시간 내내 창밖을 구경했다.

비슷한 위치에 비슷한 문화권이지만 이렇게 물 한번 건너니 다른 세상이 펼쳐지다니.

시골로 들어갈수록 더 모습은 달라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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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역에 정차할 때마다 역 분위기가 달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쿠고요시이역에 정차했을 때는 역장이 나와 인사하는 정겨운 모습도 포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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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느 역 틈새로 본 소도시의 평온한 풍경.

대규모역에서는 볼 수 없는 찰나의 여유 있는 풍경이라 소중했던 순간.

역사 모양이 참으로 독특했던 분고-나카무라역.

지붕이 오래된 흙으로 만든 전통 가옥처럼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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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한 유후인!

뭔가 거대한 온천마을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마을 끝까지 걸어 다닐 수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그래서 역에 내리자마자 '사람에 치이지 않아도 되겠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떠밀리듯 다니지 않고 조용히 구경할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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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에는 유후산이 있고, 작은 강도 흘렀다.

이 모습만 보면 우리나라의 여느 작은 시골 동네와 다를 바 없어 보였지만 느껴지는 정취가 달랐다.

관광지이지만 아기자기 예쁜 모습에 마음이 편해졌다.

골목에 숨겨진 정갈하고 아름다운 모습도 하나하나 까보며

유후인 메인 거리를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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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들어간 카페에서 마주친 아기 고양이 두 마리.

귀여워서 이리저리 모습을 카메라로 찍다가 우연히

두 마리가 같은 모양으로 앉아있는 모습을 찍게 되었다.

뜻밖의 추억 소환되는 컴퓨터 배경화면을 건질 수 있었던 기쁨.

완연한 가을빛이 나는 유후인의 모습은

뜻밖의 모습들로 가득했던 이번 여행을 잘 담고 있다.

이 여행을 다녀온 뒤로 내 모습은 참 많이 변했다.

여행을 기점으로 화나는 일도 생기고, 직장도 옮기고,

새로운 도전도 해보고.


당시에는 왜 이렇게 좋은 여행 뒤에 그런 일들이 생겼는지

하늘을 원망했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모습을 바꾸며 살아보라고 그렇게 된 것 같다.

역시 인생은 뜻밖의 연속.


앞으로도 계속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배우게 해 줬던 후쿠오카의 첫날 끝.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