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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잎 Dec 19. 2019

상사에게 빡칠 땐 이정재 '보좌관'처럼.

가끔 회사에서 화가 매우 많이 나면 순간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싶다고 생각한다. 눈을 치켜 뜨고 썩소를 날리면서 욕지거리를 내뱉고 싶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는 없다.


그저 화를 가라앉히고 자리로 돌아와 회사 동기에게 카톡으로 상사 욕을 할 뿐이다. 상사가 평생 불행했으면 좋겠다, 상사의 딸이 내 후배로 들어와서 조지고 싶다, 회사가 망했으면 좋겠다는 등의 저주를 동기와 나눈다. 화가 나면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서 열심히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그것이 끝이다.


드라마 '보좌관'을 보면서 내가 감탄했던 지점은, 이정재 보좌관이 자기의 상사인 국회의원, 그것도 법무부장관을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공을 들여서 망하게 했다는 그 과정에 있었다. 어떻게 화가나는 감정을 참고 이성적으로 차분하게 망하게 만들 수 있는가 말이다. 감탄했다.


보좌관에서 김갑수가 연기하는 국회의원은 악 중의 악이다. 그가 개인으로도 악한 점은 부하직원들은 그로 인해 인격모독 등의 큰 고통을 겪고 있다는 데 있다. 사회적으로는 그 악한 인간이 국회의원에다가 법무부장관까지 역임하니 국민들도 고통을 겪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는 한국에서 꼭대기에 올라가 돈과 권력을 휘두르면서 법과 질서를 파괴하고 있었다. 사회의 체계를 잡아야하는 자리에 오른 인간이 혼자 잘살기 위해 그것들을 악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악한 인간이 캐릭터로 설정됐기 때문에 보좌관 이정재가 부하직원이었다가 그가 망하는 위치까지 올라 실제로 그가 망하도록 차근차근 진행해나가는 복수극이 카타르시스를 준다.


어떻든 내가 보좌관을 보면서 감동을 받은 지점은 이정재의 차분함과 끈기에 있었다.


이정재는 어떠한가. 감정은 뒤로 넣어두고 차분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차분하게 저 인간의 힘을 하나씩 뺄 수 있는 증거들을 모아간다. 그 과정이 결코 순탄치는 않고 자신이 얻은 지위 직업을 빼앗길 가능성도 있으며 심지어 생명의 위험까지 받게 된다. 그럼에도 이정재에게 좌절은 없다.


나는 차분하지 않다. 나는 순간적으로 갑질과 모욕을 당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폭식이나 폭음을 하는 것으로 화를 푼다.




나는 그들의 그 살벌한 정치현장을 보면서 그 정치권력을 쥐기 위해서는 생명까지도 내놓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생명을 걸고, 또 재산을 걸고, 감옥생활을 걸고서라도 권력을 향한 열망은 그토록 강한 것이었다. 그토록 성취지향적 인간들이 모여서 벌이는 정치판은 실로 역동적이어서 나는 그 자리에서 드라마를 정주행해버렸다.


살벌함의 현장은 나같은 초짜 기자가 기사를 못썼다는 내 능력의 이유와는 다른 것이다.


자신의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 앨리트 반열에 오른 인간들이 일을 잘해내는 것을 물론이고 그 위에 어떤 전략을 쓰느냐로 싸우는 그 치열한 전투현장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얼마나 현실정치와 비슷한지. 현실 정치인에서 가져온 인물들이 눈에 들어오긴했다. 이명박 대통령, 윤석열, 노회찬, 조국, 또 삼성그룹 총수일까 한화그룹 총수일까, 그것은 특정하기는 어려웠으나 현실에서 기사로 접했던 사건들이 드라마에서도 펼쳐져 있었다.


정치인들이 법을 이용해 서로를 공격할 수 있는 카드가 어쩌면 한정적이어서 현실 정치판과 유사한 것일수도 있다. 서로를 공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은 여전히 그렇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것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꺼내들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 정치 드라마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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