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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잎 Nov 18. 2018

고양이가 있는 풍경 자체가 사치다

잠에 눈을 뜬다. 창밖 풍경이 보이는데 고양이 한마리가 있다. 햇빛은 들어오는데 아름다운 고양이가 우아하게 앉아있다. 


잠을 푹 자고 일어나면 나는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내 앞에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사치다. (잠을 푹 못 잤다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아름다운 고양이는 눈을 크게 뜨고, 아니 원래부터 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 고양이는 나랑 수면시간이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내가 잘때 같이 자고 내가 일어나면 같이 일어난다. 


아침에 핸드폰 알람소리가 들리면 고양이는 그 소리를 듣고 누워있는 내 배로 올라온다. 그리고 그릉그릉 거리면서 나를 깨운다. 


고양이는 "이 알람 소리가 들리면 네가 일어나는 시각이 됐단 걸 나는 알아. 근데 너는 왜 안 일어나고 누워있니"라면서 빨리 일어나라고 내 손을 깨문다. 


나는 알람소리를 듣고 한번에 일어난 적이 없기 때문에 늘 고양이의 잔소리를 듣는다. 고양이는 점점 무거워지고 있기 때문에 내 위에 올라와서 자리를 잡기만 해도 이미 잔소리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고양이가 내게 가까이 오면 더 일어나고 싶지가 않다. 아름답고 귀여운 고양이가 부드러운 털을 가지고서 나는 고양이를 만지고 있으니 더 나른해질 뿐이다. 


고양이를 쓰다듬으면서 쳐다보고 있으면 그냥 이렇게 계속 사치를 부리고 싶다. 일어나기는 더욱 싫어진다. "고양이야. 너는 왜 이렇게 부드러운 털이 있니."


고양이처럼 온몸이 다 털로 뒤덮여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따뜻할까. 고양이랑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서 몇분간을 노닥거리다가 어쩔 수 없을때까지 누워있는다. 


그리고 회사로 나선다. 회사는 언제나 가기 싫다. 왜 일까. 어떤 사람은 일이 취미라면서 심심해서 일한다고 했다. 나는 놀게 너무 많아서 탈인데. 



토요일은 거의 하루종일 잠을 잔다. 일주일 동안 잠 부족에 시달리다가 늦잠을 잔다. 11시쯤 내 방에 들어오는 빛을 맞는다. 창문으로 보이는 빛줄기와 나무. 그리고 가지런히 놓아둔 내 장식품들. 그 사이의 한마리 고양이. 


그럴 때면 '어쩌면 성공한 인생'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것도 완성된 것 없는 삶인데 그냥 이순간은 그런 느낌에 충만해진다. 그리고 고양이를 부른다. "고양이야. 야옹아."하면 고양이는 언제나 뒤돌아 나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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