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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잎 Nov 21. 2018

그를 처음 만난 건 인터뷰에서였다.

그를 처음 본 건 인터뷰에서였다. 30대 초반임에도 벌써 성공해서 회사를 하나 차렸다. 그걸 또 대기업에 팔았다. 큰 돈을 쥐었다. 그런데 할 일이 없어서 대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의 성공 스토리는 이미 업계에서는 파다하게 퍼진지 오래다. 그는 수많은 구직자들처럼 자신이 유능한지를 증명하기 위해서 애쓰지 않아도 됐다. 토익도 없어도 되고 자격증도 필요 없다. 대기업은 그를 모시기에 혈안이다. 주식도 쥐어주고 연봉도 2억씩 막 제시하고 임원급 자리에. 이건 뭐 판타지다.


그는 그냥 성공한 사람이니까. 그의 업적이 그가 누군지 말해주고 있었다. 성공한 것을 세심하게 살펴보면 그가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다. 


"안녕하세요" 나는 말을 건넨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네.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데 잘 쳐다보지도 않고 눈도 안마주친다. 왜지. 


그는 이리저리 부산하게 눈을 돌리면서 자리를 정돈한다. 너무 잘나신 인간이라 나같은건 상종도 하기 싫단 건가. 후.. 살짝 열받아하면서 가져온 노트북을 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제가 보내드린 인터뷰 질문지는 혹시 읽어보셨나요?" 물었으나 그는 여전히 날 보지도 않고 "네네 읽었어요 그거 대답하면 되나요?"라고 말한다. 


"그러니가 대표님 어떤 일을 해서 정확하게 뭘 하셔서 성공한거에요? 업계에서는 파다하게 퍼져있잖아요. 대표님 좀 모시려고. 근데 이것 저것 제시해도 뭐 때매 옮기는지도 정확히 모르니까. 다들 궁금해하고.." 말을 건네는데 그는 "저 이제 대표 아닌데.. "라고 말을 흐릴 뿐이다. 


'하 그럼 대표라고 하지 뭐 과장님이라고 하나. 지금 자기 사무실에 오라고 해놓고서..' 괜히 성공한 인간을 질투하듯이 삐딱하다. 그냥 나를 제대로 안쳐다보는 모양새가 건방져 보인다. 


"왜 신문에 실린 기사는 다 삭제하셨어요.. 정보가 있어야 취재를 하고 하는데 뭐가 없어서. 구글링 열심히 해도 학력이랑 회사 이름 밖에 안나와요."라고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데 그는 여전히 "그냥 별거 안해요. 저도 모르겠어요. 딱히 뭐를 한다고 말씀드리기도 어렵고.."라고 두루뭉술하게 대답한다. 


'아, 이 사람 기사 진짜 이상하게 쓰고 싶다'는 마음이 슬며시 올라오지만 이 인터뷰 어떻게 딴건지 되새긴다. 개고생도 이런게 없었는데 최대한 이야기를 끌어내야한다. 


"아 대표님, 아니 과장님? 우리 명함이나 주고 받아요."라고 명함을 건넨다. 그가 건넨 명함에는 '대신 생각해주는 사람 CEO 이관수'라고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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