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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올드팝을 사랑하세요?

by 티니Tini


스티비 원더의 I just called to say l love you를 들으시면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Isn't she lovely'라는 곡을 통해 스티비 원더를 알게 되었다. 아마도 엄마의 소개를 통해 알게된 이 노래는 중간중간 들리는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Isn't she lovely? Isn't she wonderful?

그녀가 진짜 사랑스럽지 않니? 진짜 완벽하지 않아?


반복되는 후렴구는 스티비원더가 얼마나 당신의 아이를 사랑하는 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게 한다.


스티비 원더는 1950년 5월 13일 생으로 현재 73세이며 그는 나의 엄마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 1962년에 데뷔하였다. 최근까지도 알고 있었던 그의 곡은 Isn't he lovely가 유일했는데 스스로 그의 다른 노래를 찾아 들어보기엔 솔직히 말해 너무 오래된 가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답지 않게 최신 유행곡보다는 오래된 곡들을 좋아한다. 너무 오래된 곡 까지는 아니지만 대중가요 중 한번 깊이 빠졌던 노래는 '김형중의 그녀가 웃잖아'였다. 유독 사랑에 바보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진실한 사랑에 대해 고민하게끔 하는 맛이 있다.


느낀 바 오래된 곡들의 몇 가지 특징은


첫 번째, 직접적인 가사 전달

두 번째, 풍성한 사운드

세 번째, 신나는 리듬감


이 모든 것을 만족하는 팝송 중 하나가 A-ha의 Take on me라고 믿는다. 사라지기 전에 나를 붙잡아 달라는 가사와 함께 뒤로 깔리는 화려한 신디 사운드. 야외 페스티벌에서 화려 차림의 멋쟁이들과 춤을 추는 기분 든 달까, 하나 더 추가하자면 꼭 복고 스타일로 놀아야 된다. 늘 그런 모습을 그리며 한 여름밤만 되면 이 노래를 듣곤 한다.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들을 노래가 없나 넘겨보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로맨틱한 제목에 마음이 동하였다.

우연히 듣게 된 I just called to say l love you는 직관적인 제목과 함께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는 가사가 매력적인 곡이었다.


No New Year's Day to celebrate

No chocolate covered candy

hearts to give away

No first of Spring, no song to sing

In fact here's just another ordinary day

No April rain, no flowers bloom

No wedding Saturday,

within the month of June

But what it is, is something true

Made up of these three words

that I must say to you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I just called to say how much I care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And I mean it from the bottom of my heart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가사 일부 발췌-


가사의 내용은 참으로 단순하다.


새해도 아니고 봄의 첫날도 아니고 그저 여느 때와 같이 평범한 날인데 당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전화했었다는 내용이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당신을 얼마나 아끼는지 말하려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전화했다고




MET으로 향하던 뉴욕의 가을날


MET으로 향하던 뉴욕의 가을날, 베이지색 헤드셋을 낀 채 이 노래를 참 많이도 들었다. 한 노래에 꽂히면 질릴 때까지 반복해서 듣는 사람으로 지금도 이 노래를 들을 때면 뉴욕의 가을이 떠오르곤 한다.


왜 전화했어요?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전화했었어요.


왜 전화했었어요?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전화했었어요.


전화를 했었다는 거면 상대방이 전화를 받은 걸까,

아니라면 나중에서야 뒤늦게 말하는 상황인 걸까.


그의 솔직하고 담백한 사랑은 전달이 되었을까.


아마도 그날은 평범한 날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랑한다고 말하려는 순간이 특별하지 않다면 무엇으로 사람은 특별해질까.


아마도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기에 모든 날들이 실은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것 아닐까.

치열한 하루를 견뎌 낸 나의 하루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복이 아니라면 또 무엇일까.


메시지가 아닌 전화를 주고받던 시대의 사랑을 나눴던 두 사람을 상상한다.

수화기를 붙들고 밤새 끊이지 않을 전화를 했을까. 보고 싶은 마음을 편지에 꾹꾹 눌러 담았을까.


다가오는 새해에 서로를 위한 소원을 빌고 봄이면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웃음 짓고 여름날 미지근한 바닷물에 발 한번 담그고 크리스마스 때 손 잡고 거리를 거니는 모습은 지금과 닮았을까. 사랑은 같았을까.


전화를 받은 이는 뭐라고 답했을까.


사랑한다고 했을까 아니면 너무 갑작스럽다고 했으려나.

어떤 말로 답해야 사랑이 전해질까.


찾아보니 1984년 발매된 이 곡은 미국, 영국을 포함해 최소 22개 국에서 1위를 차지했고 실물 앨범 기준으로도 약 74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한다. 자료에 따르면 거의 유일하게 일본에서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한국은 어땠을까, 한국의 기록은 찾을 수 없어서 아쉬웠다.


같은 년도인 1984년 7월 25일, 한국에서는 이선희를 주축으로 한 ‘4장 5막’이 부른 ’J에게‘라는 노래가 발매되었다.


J 아름다운 여름날이

멀리 사라졌다 해도

J 나의 사랑은

아직도 변함없는데

J 난 너를 못 잊어

J 난 너를 사랑해

J 우리가 걸었던

J 추억의 그 길을

난 이 밤도 쓸쓸히

쓸쓸히 걷고 있네


-J에게 가사 일부 발췌-


J에게는 지금의 이선희를 있게 해 준 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기가 많았으며 현재까지도 다양한 아시스트의 의해 재해석되는 곡이다.


찾아보니 이선희는 고등학생 때 가수가 되고 싶어 당시 유명했던 가수 장욱조의 사무실을 찾아 오디션을 보았는데, 오디션 결과는 좋았지만 사무실에서 제시한 레슨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발을 돌린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마침 사무실에서 한 무명의 작곡가 "이 노래는 아무도 안 불러"라고 한탄하며 악보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우연히 본 이선희는 그 작곡가에게 "이거 제가 가져갈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봤고, 맘대로 하라는 말에 가져가서 3년 동안 고이 모셔뒀다가 강변가요제에 신청할 때 이 곡으로 신청하여 예선을 통과했다고 한다.(JTBC 유명가수 전 이선희 편)


그때 그 곡이 이선희에 의해 발견되지 않았으면


아마도 한국에서도 스티비 원더의 노래가 인기를 끌지 않았었을까,


사랑하는 J를 못 잊어 그의 이름을 몇 번이고 닳도록 불러대는 노래,

전하지 못한 마음이 서글퍼 쓸쓸히 걷고 있다는 노래.

여전히 변하지 않은 사랑을 간직하는 사람들이라면 몇 번이고도 사랑한다고 말하려 전화했을 테니까.


J.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사랑한다고 전화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인가 하고 생각해 보는 밤이다.

지금 당장, 당신을 사랑한다는 데 늦은 시간도 있을까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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