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서 볼까요?
연은 모르겠지만, 부산에서 연을 만난 하룻밤이 더 있었다. 광안리 대교 근처 카페에서, 축축하고 끈적한 감정들을 한가득 눌러 담아 시원하지 않은 글들만 써 내리고 있을 때였다. 통 창 너머로 잘 다린 흰 셔츠 차림의 남성이 카페에 들어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카운터에서 간단히 음료 주문을 마친 그는 어디 앉을지 고민하며 앉을자리를 둘러보았고 한 바퀴 쓱 훑더니 몸을 틀어 창 쪽으로 다가왔다. 눈이 마주칠 것만 같은 거리에서 고개를 휙 틀어, 다시 노트북에 집중하는 척을 하였다.
“어, 혹시 이 콘센트 안 쓰시면 제가 써도 될까요?”
잔잔한 음악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카페에서 옆으로전해지는 조용한 그의 질문에 고개를 살짝 끄덕여 공간을 내어주니 그는 사람 좋은 미소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왔다.
이 질문이 아마도 그는 기억 못 하는 우리의 첫 물음표였을 것이다. 은은히 풍기는 시원한 향에 조용하고 차분한 목소리 톤, 짧지만 공손하게 내비친 미소까지. 아,보조개를 달고 있던 미소까지.
“이것도 인연인데 커피 한 잔 하실래요?”
한 달 뒤, 그 몰래 책방주인 호수와 진행된 비밀공작과도 같은 소개팅에서 던졌던 허튼수작이 우리의 다음 물음표가 되었다. 우연한 만남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꾸만 커졌다.
책방 대출목록에서 발견한 그의 단정한 필체에도, 호수가 가끔 지나가 듯이 얘기하는 연의 소식에도, 그의 것과 비슷한 은은한 시원한 향에도 그가 궁금해지는 낮과 밤이 여러 차례 지나갔다.
책방지기 호수를 통해 연은 모르게 셋이 같기 보기로 했던 날, 어처구니없게도 호수가 [둘이 잘해봐 >. <] 하고 메시지만 남겨두고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원의 입에서는 수작과도 같은 물음표가 전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호수, 진짜 싫어.]
책방지기 호수에 날아드는 키읔들을 무시하며, 연과의대화를 이어 나갔다.
커피라도 마시자는 원에게 붙들린 연과 할 수 있는 첫 번째 이야기는 책방이었다. 이 근처 자양동의 헌책방을 작년부터 꾸준히 나가기 시작했다고 말하니, 연은 자신의 친구가 운영하는 책방이라고 호응해 왔다.
원은 이미 알고 있는 얘기들을 연의 입으로 듣자니, 거짓말을 한 것 같은 찔림에 마음이 찌르르 울리긴 했지만 연의 입에서 듣는 책방이야기가 궁금해 그의 이야기에 잠자코 귀를 기울였다.
“저는 그 책방을 그렇게 자주 가지는 않아요. 가끔 헌 책방 냄새가 그리울 때, 친구가 보고 싶을 때 가는 것 같아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용히 앉아서 책 몇 권을 뒤적이며 헌책방의 공간을 향유하는 그를 상상할 수 있었다.
책방 이야기로 시작해, 취향 이야기로 넘어가 서로의 삶에 물음표와 느낌표를 가득 던지는 대화를 했다.
“아, 혹시 그럼 우리 다음 주에 자양동 책방에서 볼까요?”
길어지는 대화를 미처 마치지 못하고 아쉬움과 함께 역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연이 조용하고 단정한 톤으로원에게 물어왔다.
아카시아 향이 나던 그 밤, 연의 물음표로 연과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여러 겹의 우연이 쌓여 하나의 인연으로 부연설명을 달게 되는 밤이었다.
원과 연, 연과 원(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