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의 아갓시모임1

Q양을 만나다

by 티니Tini

라오스의 아갓시모임 1.

아갓시들이 나의 일기와도 같은 글을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즐거운 추억들을 오래고 남기고 싶은 마음으로 시리즈물을 써 보기로 다짐하였다. 인연에 대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니까.

라오스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여성들로 구성된 [아갓시모임]. 아마 2월부터 만나기 시작했으니까 길게 보자면 벌써 반년이나 되었다.


이름에 대해 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내게 아가씨라는 이름은 어딘가 나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라, 쑥스럽기도 하고 닭살 돋기도 하여 쓸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들의 사랑스러운 웃음소리와 다정한 말투는 아저씨보다는 아가씨와 가깝게 닿아 있기에 소녀시대의 아갓보이(I Got A Boy) 같은 느낌으로 아(I), 갓(GOT) 씨(SEE each other). 우리가 서로를 가졌다 정도의 느낌.


아마 아갓시들은 절대 모를 나만의 뜻 풀이 되시겠다. 아마도 이 뜻 모를 뜻풀이를 방금 지어낸 거 다 안다고 할 그녀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아니다, 다정한 그녀들이니 너무 좋은 뜻이라고 해줄 것 같다.

최근에 우리는 파견 생활에서 각자의 힘든 일들을 낱낱이 털어놓다가 아갓(수모)모임이 될 뻔했지만, 그래도 우리의 정체성은 아갓시. 타지에서 만나 서로를 알게 되어 즐거움과 추억을 함께 가졌다 정도로 정의하겠다.

첫 번째 아갓시. Q양.

Q양을 갖기 위해 노력했던 부단한 노력을 열거하자면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과장된 농담이고 그녀가 있었기 때문에 이 모임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컵짜이 라이라이.

그날 회의는 농촌 사업의 액션플랜 수립을 위한 중간 점검 차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이는 날이었다.


동시통역기를 낀 채로 들리지 않는 영어를 겨우겨우 적어가며 회의록을 미친 듯이 작성하고 있을 때 앞쪽에 앉아서 눈을 빛내고 있는 젊은이 삼인방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그들은 동시통역기를 받지 못해 라오어 설명을 들으며 졸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또 거짓말을 치고 곧바로 진실의 문장을 가져다 쓰다니, 참으로 거짓스러운 진실의 글이 아닐 수 없다.

그때의 나는 다른 기관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득 찼을 때라, 회의 중간 커피 브레이크 때 젊은이 삼인방 중 두 명에게 다짜고짜 찾아가 명함을 내밀었다. 핸드폰 케이스 뒤편에 끼워 둔 세상으로 나갈 준비가 안 된 꼬질꼬질한 명함이었다.


간식을 먹다가 어리둥절하게 명함을 받게 된 그녀들도 자신들의 명함을 나에게 건넸다.


그녀들의 이름을 처음으로 확인하고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꼭 밥 한번 먹자고 하고 다시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뷔페에서 밥 뜨는 중인 그녀를 마주쳐서 우리도 따로 밥 한번 먹자는 얘기를 한번 더 했다.


돌이켜보면 밥 먹자고 거의 졸랐다. 아니, 그냥 졸랐다.내가 새로 태어났다면 구애의 신이 되지 않았을까? 구질이었을까? 구애와 구질 어느 사이의 낮은 톤으로 그녀에게 데이트를 청했다.


앞에서 그녀들이라고 하였는데, 한 분은 곧 한국으로 귀임하실 예정이라 적극적인 대시를 하지 못했다.

그러고 회사로 돌아와서 며칠 뒤, 굉장히 끈질기고 지겨운 여성이 있다면 나라고 생각하며 그녀 명함에 적힌 핸드폰 번호로 연락을 취했다.

아니, 근데 없는 번호라니? 나의 의지에 누군가 경악하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명함에 적힌 메일주소로 짧은 글을 남겼다.

[안녕하세요, 지난 회의때 만났던 A기관의 A인턴입니다~다시 한번 만나서…(중략)]

다행스럽게도 그녀에게 연락이 왔고 우리는 여행자거리의 베트남 식당에서 첫 번째 만남을 하였다. 그 식당은 안타깝게도 두 번 정도 가고 다시는 가지 않았다. 그렇다. 맛이 없다.

그날 내가 우리 인턴들 3명과 같이 가게 되어 혹시라도혼자 온 그녀를 잡아먹게 되는 건 아니었을지 고민을 하며 라오스에 오게 된 이유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게는 늘 참신한 질문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데, 아무래도 처음 만나면 할 수 있는 스몰톡은 라오스에서 왜 오게 되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정도인 것 같다.


아닌가?


다짜고짜 처음 만난 사람에게 혹시 죽는 날을 아는 것 VS 죽는 이유를 아는 것 중 어떤 것을 고르시겠냐고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닐까. 아.. 아무래도 둘 다 난 모르고 싶다.

라오스에 온 지 몇 주 안되어 현금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의 밥을 우리가 사고, 맥주 한잔까지도 함께했던 것 같다. 그때는 그녀의 현금 생활이 8개월이나 더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최근 그녀가 당당하게 은행에 들어가 통장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다른 아갓시들이 더 기뻐했던 것 같다.

라오스 9개월 차에 접어든 내게 아직까지도 그녀는 가장 어린 나이로 파견 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나의 집착과 의지가 빛을 바랐는지 그녀와 만난 뒤로 아마도 스무 명이 넘는 한국인들을 만난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그녀가 가장 어리고 가장 다부지다.


그녀가 운동을 열심히 하기 때문에 다부지게 단단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녀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아래와 같다.

1. 오른팔을 가슴 중앙에 올리고 왼팔을 뒤로 뻗으며 오른 다리를 뒤로 뻗어 하는 공주 인사.

2. 자신의 일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구사하는 정확한 단어와 문장들

3. 그리고 우리 사이의 세대 차이가 없다고 나 혼자 주장하지만 모든 밈을 알고 있는 그녀

그녀에 대해 더 말하고 싶지만, 나만 알고 싶은 모습들이라 비밀로 감추는 게 좋을 것 같다.


자꾸만 나에게 험난한 등산을 함께하자고 해서 모른척하는 중이지만, 우리들이 서로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늘어나는 것은 마음을 터놓고 있다는 방증이겠지.

사람을 좋아하는 내게는 사람이 매우 귀하다. 파견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내향형들이 적합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나 이렇게 좋은 사람들 없이는 파견 생활 못해.

2024년에서 2025년 사이에 라오스라는 낯선 땅에 떨어져 서로를 발견하고 함께 몇 시간이고 떠들 수 있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면 무엇이 기적이란 말인가.

사랑스러운 Q양으로 이야기로 이 시리즈를 시작할 수 있어 기쁘다. 아직도 내게는 소개할 아갓시들과 에피소드가 많다는 것에 감사를 느끼며 Q양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첫 번째 글을 마친다.


덧. 나는 Q양과 무에라오를 간다. 요즘 자주 못가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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