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의 아갓시모임2

w양을 돌려줘

by 티니Tini

소개해야 할 아갓시들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오늘도 인복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살면서 감사한 인연들이 너무 많아 인복을 얘기하자면, 또 한번의 밤을 새워야 될 것 같은데, 짧게 말하자면 인복이 있다. 그것도 매우 있다.


한번은 엄마가 “너는 인복이 좋잖니.” 라고 해서 살짝 짜증 아닌 짜증이 났던 적이 있었다. 그 이유는 대인관계에서 스스로가 어느정도는 노력하는 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내가 얼마나 노력하는 줄도 모르고!”

근데 이건 다 오만이자 자만이었지.


스물 초반 어디쯤, 나는 깨달았다. 암만 노력해도, 노력이 안되는 상대들도 이 세상에는 널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 제발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다행히 라오스에서는 마음이 좁아질 틈도 없이 좋은 인연들이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다정한 W양은 공식적인 첫만남 전 우연하게 몇 번 스쳐간 적 있는 인물이었다.


모든 인테리어가 하얀 카페에서 스치듯이 스타일이 내취향인 젊은 여성을 본 적이 있었다. 아무리 한국인이 많은 곳이지만 비슷한 또래의 젊은 여성을 보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녀와의 공식적인 첫 만남은 알음알음 이루어졌다.


과정이 꽤나 긴데, 짧게 말하자면 같은 사무소 인턴이 회의를 통해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인턴을 알게 되었고

그 후 그 친구가 소개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내가 반 강제로 “당장! 소개해줘!” 라고 말했던 것도 맞다.


집 근처 피자집에서 그녀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피자집에는 그녀가 먼저 자리하고 있었다.


어! 그때. 그녀도 스치듯이 나를 몇 번 봤었다고 말하였고 그녀는 내가 모르는 우연한 마주침을 여러 차례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알고 보니 같은 레지던스에 사는 이웃 주민이었다. 라오스에 부임한 시기도 거의 비슷했다. 라오스에 오게 된 이유와 왜 헬스장에서는 한번을 마주치지 못했던 건 지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닮은 점들을 몇 개 찾아볼 수 있었다.


1. 밥보다 빵을 좋아함

2. 모든 종류의 디저트를 사랑함

3. 미래와 진로에 대한 고민


그녀와 이야기가 잘 통한다고 느꼈던 첫 만남 이후, 꾸준히 그녀와의 대화가 재밌다고 느끼고 있다.


그녀는 항상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더불어 비슷한 경험과 생각을 늘 나누어 주었다.


강단 있는 그녀의 소신에 놀라기를 여러 번 했다. 진짜 말도 안되게는 내가 낳았으면 좋았을 걸 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대화가 잘 통하는 것과 더불어 그녀는 정말이지 섬세하고 다정한 편으로, 눈 떠보면 그녀는 늘 무언가를 나에게 나누어 주고 있었다.


그녀가 나누는 것은 본인이 새롭게 발견해낸 간식일 수도 있고, 공부방법일 수도 있고, 운동 방법 일수도 있다.


“이거 드셔보셨어요? 이건 진짜 피곤할 때 하나 먹으면 맛있는 초콜릿인데 당도 낮아서 몸에도 좋아요.”


그녀가 한 날 도라에몽처럼 가방 안에 들어 있는 간식들을 꺼내서 나눠준 적이 있다.


같은 레지던스에서 살 때, 가끔 새벽에 만나 공부를 하기도 했다. 6시 45분쯤, 기꺼이 그 아침에 본인의 집을내어준 그녀의 마음에 감동하였다.


아침부터 콤부차를 타준다는 그녀의 뒷모습에 그녀 몰래 하품을 하기도 한 적도 있지만 덕분에 영어 기사 몇 자는 더 읽었다.


그녀의 진짜 다정함은 칭찬에서 나오는데, 나의 작은 노력들을 그녀가 정확히 알아봐 줄 때가 종종 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면 나도 모르게 MC 가 되어 버리는데 그런 노력들을 그녀는 놓치지 않는다.


나의 작은 노력을 한눈에 알아봐주는 사람이라니. 나의 작은 인복 레이더가 팟칭! 하고 작동한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속상하게도 이번주가 그녀의 마지막 근무일이다. 열심히 만나서 서로의 시간을 나누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시간이 빠르게 흘러버렸다니, 아무래도 라오스의 시간이 두배로 빨리 흐르고 있는 건 아닐지.


나 스스로의 5년 뒤의 모습이 기대되는 만큼, 그녀의 5년 뒤의모습이 기대된다.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며 지내고 있을 까, 그리고 라오스에서 섬세하고 다정했던 그 모습 그대로 누군가에게 또 나누는 하루들을 보내고 있을 까.


이건 우리의 비밀 이야기인데, 프렌치토스트가 맛있는카페에서 하겠다는 공부는 안하고 두시간이고 둘이 떠들기만 했던 기억이 난다.


여러 이야기 끝에 예고없이 서로의 진심을 나눴던 순간이 있었다. 그녀를 앞으로도 더 오래 보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아무래도 인복에 관한 엄마의 말은 틀린 것이 없다.

“너는 인복이 좋잖니.”


정말 다정한 사람을 이렇게 한 명 더 알고 가다니,

나는 W양을 만나게 될 앞으로의 모든 인연들에게 여러분은 인복이 매우 좋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녀에게도 좋은 사람들만 가득하기를 바라본다. 제발 다시 만나자! 속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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