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와 가리 (1)

마니가 잠에서 깨길 바라며

by 티니Tini

마니와 가리(1)



지금 마니가 내 뒤에서 자고 있다. 그녀는 촬영 현장에서 30시간을 뺑이 치고(‘뺑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우즈베키스탄으로 날아왔다.


“우주로 간다.”라는 귀여운 표현과 함께 우주로 당도했다. 공항에서 만난 마니는 어제 본 것만 같아서, 보자마자 웃음이 났다.


마니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이다.

마니와 가리가 영원하길.


그녀는 나의 모든 해외 생활에 함께했다. 미국 어학연수에도, 유럽 여행 중에도, 라오스에서도, 그리고 우즈베키스탄까지도. 마니는 언제나 어디든 온다.


만약 내가 아프리카 어느 나라로 파견된다 해도 마니는 와줄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마니는 와줄 것이라는 확신이 내게는 있다.


보긴했다 록펠러 트리

어학연수 중 2주간 방학 틈에 엄마와 마니가 나를 만나기 위해 뉴욕에 왔다.


록펠러 센터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함께 보고 새해 카운트다운을 즐길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기억나는 건 작은 극장에서 봤던 영화와 브루클린의 좁은 호텔에서 싸운 일, 그리고 길바닥에서 싸운 일이다.


큰일이다. 왜 싸운 일이 더 기억에 남는지.


마니와 봤던 영화는 어디 어워즈에서 수상한 작품이었다. 영화의 ‘영’ 자도 모르는 내게는 쉽지 않은 영화였지만 여운이 깊었다.


사람도 거의 없는 맨해튼의 작은 독립 영화관에서 둘이 다닥 붙어 영화를 봤다. 티켓 부스 옆에서 공짜 팝콘을 먹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뒤로 여행지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참 좋다는 생각을 했다.


뉴욕에서 마니와 싸운 두 사건의 책임은 모두 내게 있다. 내가 잘못했다. 사실 우리 사이의 싸움은 대부분 내가 잘못해서 생긴다.


그날 나는 뭔가 굉장히 귀찮았고, 마니는 배가 고팠나 아니면 간식을 사러 가고 싶었나, 아무튼 호텔 밑에 있는 작은 마트에 가고 싶어 했다.


마니와 가리

엄마와 마니의 여행에서 아무도 시키지 않은 가이드 역할을 수행하느라 피곤했다고 치자.


마니가 같이 가자고, 마트 주인 아저씨가 무섭다고 했는데 나는 “그냥 얼굴이 무섭게 생긴 것뿐이다, 괜찮다”라며 마니를 억지로 설득했다.


그러다 결국 마니가 화를 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몇 걸음이나 된다고. 그게 뭐라고 그냥 따라가 줄 걸.


두 번째 싸움은 내가 더 잘못했다.


그때의 나는 마니와 새로 알게 된 사람 사이에서, 마니가 더 편하다는 이유로 ‘마니가 나를 다 이해해주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인 두 분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에 마니를 데려갔다.

마니는 나보다 낯을 가리는 편이다.


내가 워낙 낯가림이 없어서 몰랐겠지만, 그 식사 자리는 마니에게 꽤 어려운 자리였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들, 생경한 환경, 들어본 적 없는 대화 주제들. 오— 지금 생각해도 마니에게 너무 미안하다.


그래도 마니는 늘 나를 용서해준다. 화해를 신청하면 용서로 받아준다. 정말 좋은 동생이다.


마니와 나는 26년째 맞춰가는 중이다.


나의 모난 부분을 정말 정직하게 아는 사람은 아마 세상에 마니와 엄마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부분을 사랑으로 받아주는 사람도 마니와 엄마뿐일 것이다.


마니가 얼른 일어났으면 좋겠다. 사실 꽤 심심하다. 파견 근무 일주일 차라 정신없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적응해버렸다.


몸에서는 얼른 나가서 놀라고 신호를 보내지만 조금만참아야지. 마니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지.


마니와 보고 싶은 곳이 정말 많지만, 그래도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마니와 수다 떠는 일이다.


마니는 나의 최고의 수다 메이트이다. 마니와 있을 때가 가장 재밌다. 인정하기 싫지만, 마니는 나보다 더 웃긴 사람이다.


나는 ‘너 웃긴 사람이다’라는 말을 제일 좋아한다. 내가제일 좋아하는 말을 마니에게는 흔쾌히 줄 수 있다.


마니는 아직도 자고 있다. 2시부터 8시까지 자고 있다.
마니야, 제발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