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안에서 먹는 국수는 맛으로 먹는게 아니다?
본 글은 2025년 5월 21일, 네이버 카페 "네일동: 일본여행카페"에 게재한 글을 옮겨왔습니다.
원 글은 https://cafe.naver.com/jpnstory/3980446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역 안에서 먹는 국수, 좋아하시나요? 일본에서는 타치구이소바(立ち食いそば)라고도 하죠. 저는 꽤 좋아합니다. 다만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아침에 먹는” 타치구이 소바를 좋아합니다. 오늘은 당일 치기로 도쿄 출장이 잡혀있어서 오랜만에 이른 아침에 신오사카역을 왔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가게는, 제 오늘 아침밥이기도 합니다.
대학원 시절, 1년 반 가량 교토의 모 대학의 시간강사로 알바를 뛰었는데 그게 1교시였죠. 당시 고베에 살고있었으니 1교시에 맞추기 위해서는 늘 아침 6시 전철을 타고 교토까지 가서, 거기서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가야했습니다. 교토역에 도착하면 7시 정도인데 밥 먹을 찬스가 이 때 밖에 없었죠. 원래는 아침은 잘 안먹습니다만, 밥 안먹고 수업하면 기력이 빠지기에 1교시가 있는 날은 가능하면 챙겨먹습니다. 아무튼, 오전 7시에 아침을 먹으려고 해도 선택지는 굉장히 제한적이죠. 카페나 맥도널드 같은 곳에서 모닝 세트를 먹어도 되지만 개인적으로 빵보다는 밥, 면을 좋아하기에 가능하면 빵 이외의 것이 좋죠. 이런 때 등장하는게 역 구내에 있는 소바/우동집 입니다. 한국에도 옛날에는 플랫폼에 가락국수 파는 집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고 하죠. 제가 아주아주 어릴 적에 본 것 같긴한데 사실 실제로 먹어본적은 없습니다.
역에서 파는 소바와 우동, 저는 늘 우동만 먹어왔습니다만 사실 이게 맛있는건 아니죠. 가격도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은 500엔은 줘야하고, 여기에 유부초밥(いなり寿司)까지 추가하면 가격은 더 올라갑니다. 차라리 규동집에서 규동 먹는게 더 만족도가 높을지도 모릅니다. 면은 쫄깃함이란 전혀 없는 퉁퉁 불어터진듯한 뚝뚝 끊기는 면, 집에서 내가 만들어도 이것보단 더 맛있을 것 같은 국물. 좋게 평가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침에 먹는 타치구이 우동은 뭔가 각별하더군요. 어쩌면 제 첫 교직생활의 경험과 오버랩 되어 추억보정이 되는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들 저와 비슷한 처지의 오전 7시에 밥을 먹고 급하게 어디론가 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서서 우동을 급하게 들이키던 장면 하나하나가 지금와서는 그리운 기억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아침 이른시간에 이 타치구이 우동집을 가게 되면 그 때의 기억을 반찬삼아서 먹곤합니다.
하지만 관광객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죠. 맛있는 것만 먹기에도 바쁜데 굳이 그 돈 주고 맛없는 우동이나 소바를 먹을 필요는 없죠. 하지만 몇몇 예외가 있습니다. 전국구로 가장 유명한 곳이라면 히메지(姫路)겠죠. 히메지역의 마네키의 에키소바(まねきのえきそば)에서 파는 타치구이 소바는 히메지의 명물로도 불립니다. 저도 예전에 히메지에 일이 있어서 갔을 때 먹어봤는데 그럭저럭 맛있게 먹었습니다.
사진은 2015년에 제가 직접 찍은 사진입니다. 국물은 우동국물인데 면이 중화면인 매우 특이한 조합인데 이제 꽤 맛있습니다. 소바라면 메밀가루, 우동이라면 밀가루와 소금인데, 중화면은 밀가루와 간수(かんすい)죠. 라멘 면의 노란색과 특유의 쫄깃함은 이 간수에서 비롯된건데 (요즘은 그냥 면 증강제를 넣고 색소로 색을 내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우동국물에 노란색 면이 들어가 있는 모습이 조금 신기하기도 합니다. 물론 일반 중화면 보다는 간수가 좀 적게 들어가서 엄청 노랗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히메지 이외에도 지점을 내고 있으니 한 번쫌은 드셔보셔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누군가에게 타치구이 소바, 우동을 추천해야 한다면, 저는 오늘 소개할 나니와 소바(浪花そば)를 추천합니다. 이 가게가 체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만(같은 이름의 소바샤부집이 몇군데 있는데 같은 가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늘 가는 가게는 신오사카(新大阪)역에 있습니다. 신오사카역은 크게 3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지죠. 신칸센, 지하철 미도스지선, 마지막으로 JR재래선인데, 나니와 소바는 JR재래선 개찰구 “안”, 그것도 구석에 있습니다. 멀리서 오는 관광객이야 일본 한 번오면 뽕(?)을 뽑는다는 느낌으로 신칸센이나 비행기타면서 장거리 여행하는데 한국인은 워낙 접근성이 좋다보니 도시/권역별로 끊어오는 경향이 있어서 사실 신칸센 탈 일이 많이는 없죠. 지금도 신칸센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중국인과 서양인이 정말 많네요. 그래서 생각보다 신오사카역 JR재래선 구역은 한국인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적긴합니다. 게다가 구석에 쳐박혀있고, 심지어 당장 다음 맛집 가기도 바쁜데 역에서 500엔 넘게주고 맛도 없는 우동/소바를 먹기는 좀 그렇죠.
물론 여러분이 아시는 맛집보다는 별로일 수도 있습니다만 일본의 타치구이소바, 우동문화를 한 번 쯤 체험해보시고 싶으시다면, 그 중에서는 맛있는 집이 좋겠죠. 나니와 소바의 특징은 “국물”입니다. 일본에서 타치구이 소바나 우동을 드셔보신분은 아실겁니다. 간장 특유의 산미가 마지막에 올라오죠. 진한 간장(濃口醤油)를 쓰는 관동 지방도, 연한 간장(薄口醤油)를 쓰는 관서 지방도 이 부분에서는 동일합니다. 참고로 관동과 관서는 국물 색이 전혀다르죠. 관동 쪽은 검은색에 가깝고, 관서는 황금색에 가깝습니다. 국물 베이스도 관서쪽은 가쓰오부시에 더불어 다시마를 넣기도 합니다. 아무튼 중요한건 대부분의 타치구이집의 국물은 끝맛이 약간 시큼하단 점입니다. 하지만 나니와 소바는 조금 다릅니다. 국물이 꽤나 마일드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끝 맛이 날카롭지 않고 둥글다고 하는게 맞겠네요. 그리고 미림의 단맛이 꽤나 강한편입니다.
가게는 승강장에 있지 않고 승강장과 승강장을 이어주는 개찰구 근처에 있습니다. 재래선-신칸센을 직접 이어주는 개찰구를 기준으로 가장 끝자락에 있는 가게로 내부는 밝고 깨끗한편입니다. 다만 여기는 타치구이, 즉 서서먹는 가게는 아니고 카운터에 의자가 있는 가게입니다(물론 서서 드시고 싶으시다면야 의자 치우고 카운터석에서 서서 드려도 됩니다만…). 테이블석도 조금은 있어서 4명 정도 까지는 서로 마주보고 먹을 수 있습니다. 아침부터 사람이 많네요.
메뉴입니다. 나니와 카시와(浪花かしわ; 닭고기)가 610엔, 나니와 믹스(浪花ミックス)가 664엔, 나니와 스페셜(浪花スペシャル)이 691엔으로 다소 가격은 나갑니다만, 애초에 양이 일반적인 타치구이 소바보다는 많은 편이고, 토핑도 튼실합니다. 참고로 나니와 스페셜은 면이 1.5배라 양적으로는 전혀 문제 없죠. 각각 소바와 우동, 선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추천하는건 시그니처 메뉴인 나니와 소바가 아닌, 메뉴 밑에 있는 신오사카 소바(新大阪そば)입니다. 사실 저는 이걸 먹으러 나니와 소바에 옵니다. 국물 베이스는 나니와 소바와 동일한데 면이 중화면입니다. 즉 우동국물과 중화면의 조합, 히메지의 에키소바와 같은 조합입니다. 그리고 국물은 나니와 소바 특유의 달달하고 마일드한 느낌이죠. 히메지 에키소바의 국물은 딱히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나니와 소바의 국물은 꽤 중독성있는 맛입니다. 이런 조합, 여기서 밖에 먹지 못할 맛입니다.
주문은 식권 발권 형식이고 현금이나 교통카드 결제가 가능합니다. 식권이 나오면 식권을 들고 자리잡고 기다리고 계시면 됩니다. 그러면 카운터에서 점원이 식권에 적힌 번호와 주문한 메뉴명을 외쳐주시니, 그 때 가지러 가시면 됩니다. 따라서 일본어로 숫자를 읽으실 줄 모르시다면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식권 번호를 확인하고 일본어로 어떻게 읽는지 그자리에서 확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기다리시는 동안 물을 떠두시면 되겠네요. 참고로 카운터쪽 정수기가 겉보기에 꽤 더럽습니다. 사용하기에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반납구 근처의 정수기는 깨끗하니 조금 기분이 안내키신다면 이쪽 정수기가 낫겠네요.
가게 내부는 촬영 금지라 음식만 찍었습니다. 제가 주문한 메뉴는 소고기를 곁들인(牛肉入り) 신오사카 소바입니다. 토핑은 약간의 파, 텐카스(天かす)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얇은 카마보코(かまぼこ)가 두 장, 멘마(メンマ; 죽순 조림)가 3~4개, 면 밑으로 내려가서 잘은 안보이지만 간장에 절인 반숙 계란(味玉; 아지타마), 그리고 마지막으로 규동 정도 두께의 소고기가 올라가있습니다. 시치미는 카운터에 있으니 거기서 뿌려서 오시면 됩니다. 젓가락과 수저(レンゲ; 렌게)도 카운터에 있으니 따로 챙기셔야합니다. 다 드시고 난 후에는 식기류와 트레이를 들고 반납창구에 가시면 됩니다. 가끔 자리에 방치하고 가는 사람도 있는데 이건 비매너죠.
맛은 개인적으로 만족합니다. 제 닉네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면, 특히 라멘을 정말 좋아합니다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아침부터 라멘은 조금 힘들죠. 20대면 모르겠는데, 30대 후반인 지금은 아침부터 위장 안에 탄수화물&기름 덩어리를 집어넣는건 꽤나 힘든일입니다. 하지만 이 나니와 소바는 저의 니즈를 충족시켜주죠. 애초에 조식으로 많이 먹는 타치구이 소바/우동 베이스인데 면이 중화면이다? 양도 일반 라멘보다는 조금 적다? 자극적이지 않고 마일드한 국물이다? 최고죠. 세금 포함해서 660엔인데, 조식 메뉴치고는 비싸죠. 규동집에서 모닝 먹어도 500엔 아래로 떨어지니까요. 다만 라멘보다는 저렴하죠. 양은 라멘보다는 좀 적지만요. 조식으로 먹기에는 딱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여러분의 여행 기간은 맛집만 찾아가기에도 짧은 시간입니다. 저야 이러니 저러니해도 일본서 20년 가까이 살고 있다보니, 결국 이런데도 가는게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이른 오전은 관광객에게도, 그리고 현지인에게도, 식당의 선택지가 거의 없는 평등한 시간대이죠. 혹시라도 오전 일찍부터 신오사카역(JR재래선) 경유로 움직이신다면, 그리고 배가 고프시다면 한 번 쯤은 들려보셔도 좋은 집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업시간은 오전 6시 반 부터 밤 11시까지이며, 휴무일은 없습니다.
신칸센에서 글을 쓰다보니 어느덧 시즈오카쯤을 지나고 있네요. 한 시간 정도 후면 도착할 것 같은데, 오늘 점심은 제가 일본에서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시루나시탄탄멘(汁なし担々麺)을 먹을까 합니다. 기회가 되면 이 집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볼게요.
종합평가: ★★☆ (2.5)
상점명 : 나니와소바(浪花そば) 에키마르셰 신오사카점
시식일시: 2025년 5월 24일 (토) 8시경
위치: 신오사카역(新大阪駅) JR재래선 개찰구 내
Google map : https://g.co/kgs/oDPm4ax
제 리뷰의 점수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명점 = 장시간의 웨이팅 또는 치열한 예약경쟁의 가치가 있는 집
★★★:맛집 = 단시간의 웨이팅 또는 예약의 가치가 있는 집
★★:평범 = 어딜 가나 있을법한 퀄리티
★: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