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이(MOTOÏ)

10년 넘게 미슐랭 1 스타를 유지한 아마도 대단한 프렌치 파인 다이닝

by One noodle per a day

본 글은 2025년 6월 6일, 네이버 카페 "네일동: 일본여행카페"에 게재한 글을 옮겨왔습니다.

원 글은 https://cafe.naver.com/jpnstory/3992137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교토의 프렌치 레스토랑, 모토이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어지간한 일이 있지 않고서야 교토에는 잘 오지 않습니다. 예전에 교토에 있는 직장을 잠깐 다녔는데, 그때가 딱 코로나 때라 관광객이 없어서 사는 입장에서는 정말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정말 어딜 가나 사람에 치이기 때문에 꼭 교토에 와야 하는 게 아니면 잘 오지를 않습니다. 이번에는 작년에 고향납세(ふるさと納税)를 하고 이 레스토랑 식사권 3만 엔어치를 받았기에 이를 소화하고자 왔습니다.


모토이는 지하철역 카라스마오이케(烏丸御池) 역과 교토시청(京都市役所) 역의 딱 중간즈음에 있는 가게입니다. 2023년까지 10년 넘게 미슐랭 1 스타를 유지하다가 지금은 셀렉티드로 강등(?)당한 파인 다이닝입니다. 오너 셰프님은 오사카를 대표하는 파인 다이닝인 HAJIME(꽤나 오랫동안 미슐랭 3 스타를 유지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출신이라고 합니다. 일단 제 리뷰가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일단 저는 (1) 살면서 미슐랭 별 붙은 레스토랑을 가본 적이 없습니다. 빕구르망 레스토랑은 꽤 다녀봤지만 1 스타조차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1 스타 턱밑에 있거나, 1 스타에서 강등당한 레스토랑인 미슐랭 셀렉티드는 몇 군데 가본 적 있습니다. 그리고 전 프렌치에 대해서는 문외한입니다. (2) 지금까지 프렌치라고는 딱 한 번 먹어봤습니다. 대학원생 시절 로터리 클럽에서 장학금을 받았는데 1년에 한 번씩 간사이 지역 장학생 모아놓고 파티를 열었는데 그때 리츠칼튼에서 프렌치 코스가 나왔습니다. 흔히들 세계 3대 진미라고 하는 푸아그라, 트러플, 캐비어를 생애 처음으로 먹은 날이 저 파티날이었습니다.


아무튼 저의 평가는 미식에 대해서 1도 모르는 사람의 평가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저는 맵고 짜고 기름지고 볶고 튀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정크푸드를 더 좋아하면 좋아했지 딱히 미식가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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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입구입니다. 역에서 꽤 걷는데 관광객이 거의 없는 동네입니다. 다만 길은 좁은데 차량 통행은 꽤나 많은 편이었습니다. 이런 곳을 어린아이와 올 일은 없겠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은 조심해야 할 것 같네요. 건물이 고풍스러운데 실제로 다이쇼(大正; 1912-1926) 시대의 저택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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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입구입니다. 내부도 꽤나 고풍스럽지만 깔끔하게 리노베이션 되어있습니다. 옛날 가옥이긴 하지만 당연히 신발을 벗을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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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은 이렇게 세팅되어 있습니다. 분위기는 평범한 여타 파인 다이닝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오히려 다른 파인 다이닝에 비해 테이블이 조금 작고, 테이블 간 간격도 오밀조밀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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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바로 옆자리를 받았는데 이렇게 정원도 보이고 분위기는 괜찮았습니다. 저녁은 저녁대로 운치가 있을 것 같긴 한데 이렇게 밝은 날에 보는 중정도 괜찮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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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주문한 코스는 Gourmand라는 런치코스로 1인당 16,500엔 (서비스료 별도)입니다. 일반적인 디너 코스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데 메인 요리가 2개(생선과 육고기), 디저트가 3개 (실제로는 4개)가 나오는 10코스입니다. 음료는 따로 시켰습니다. 아내는 유자 소다를 시키고 저는 교토 크래프트 비어인 신텐지(新天地)를 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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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러멜 코팅을 한 헤이즐넛입니다. 코스에 포함되는 건 아니고 식사 전에 먹으라고 나온 겁니다. 호프집에 가면 나오는 손가락에 끼워먹는 과자 같은 포지션이겠네요. 물론 리필은 안될 것 같습니다 (요청은 안 해봤지만 어쩌면 가져다 달라고 하면 가져다 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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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첫 요리입니다. 웰컴 푸드 포지션인 것 같은데 왼쪽이 소시지, 오른쪽이 가지를 이용한 한 입 요리입니다. 둘 다 손으로 집어먹는 스타일인데, 저한테는 별로였습니다. 일단 왼쪽의 소시지인데, 시판 소시지는 당연히 아니고 직접 만든 것입니다. 그렇다는 것은 저 사이의 초콜릿처럼 보이는 부분은 돼지 피를 굳힌 거죠. 저는 순대 킬러기 때문에 나쁘진 않았지만 시작부터 입 안에 돼지 피 냄새가 남는 건 썩 유쾌한 체험은 아니더군요. 저 위의 무 절임이 다소 중화시켜주기는 합니다만... 순대를 전혀 입에 대지 않는 아내에게는 더 고역이었을 것 같습니다. 예약 시, "날 것과 내장류는 빼주세요"라고 말은 했고, 실제로 맞춰주셨습니다만, 이 소시지는 깜빡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오른쪽 요리는 왼쪽보다는 낫긴 하는데 저에게는 산미가 너무 도드라졌습니다. 저 젤리 같은 게 비네거를 젤리 형태로 굳힌 건데 좀 많이 튀더군요. 웰컴푸드는 앞으로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식욕을 돋워주는 포지션일 테고, 그 때문에 산뜻한 음식이 주로 나옵니다만 왼쪽은 많이 텁텁하고 오른쪽은 너무 많이 산뜻했습니다.


참고로 제 인생 최고의 웰컴푸드는 요코하마에 있는 SALONE 2007였습니다. 그곳의 웰컴푸드는 지금도 기억에 남고 그거 하나 먹기 위해서라도 또 한 번 가보고 싶긴 합니다. 가격표 보면 또 갈 생각 사라집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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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뮤즈 부쉬로 나온 차가운 수프입니다. 난카이 미도리(南海みどり)라는 완두콩을 이용한 수프로 안에는 쿠스쿠스 (쌀알 같은 파스타)가 들어있고 위에는 오징어 회가 올라가 있습니다. 날 것은 안 먹는 아내의 경우 오징어는 익힌 오징어가 올라갔습니다. 맛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콩의 고소함도 잘 살아있고 쿠스쿠스의 식감도 좋았습니다. 그런데 오징어는 왜 여기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수프는 섬세한데 오징어는 큼직큼직하다 보니 딱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오징어를 더 얇게 내거나, 수프를 더 강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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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이 나왔습니다. 빵은 하드 타입과 소프트 타입 두 종류가 있고 저희는 소프트 타입으로 받았습니다. 나중에 하드 타입도 받아서 먹어봤는데 소프트 타입이 훨씬 괜찮았습니다. 빵과 함께 해초를 섞은 버터 (사진상 응가처럼 보이는 그것...)과 교토 북부에서 채취한 소금, 그리고 올리브 오일이 같이 나옵니다. 빵은 따뜻하고 괜찮긴 한데 그냥 뭐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나오는 빵은 스테이크 하우스의 빵이 괜찮더군요. 오사카의 유명 스테이크 하우스 (울프강, 루스 크리스, BLT 등)는 꽤 가봤는데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먹는 빵이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아 물론 최고봉은 아웃백의 부시맨 브레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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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먹은 음식 중 가장 프렌치스러운 메뉴인 푸아그라입니다. 내장은 안 드시는 아내도 이건 또 괜찮다고 하네요. 저도 사실 푸아그라는 생산과정도 좀 그렇고 해서 별로 좋아하진 않긴 하는데 이번에는 그냥 시켰습니다. 당연히 푸아그라 포기하면 나올 대체 메뉴의 원가가 아무래도 푸아그라보다 (아마도) 쌀 것 같아서 그런 겁니다.


푸아그라 밑은 코코아로 적신 빵, 그리고 위에는 갈아놓은 초콜릿과 절인 체리가 올라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워크림 같은 소스도 함께 나오네요. 살면서 두 번째로 먹어보는 푸아그라입니다만 푸아그라 치고는 괜찮았습니다. 푸아그라의 매력은 그 녹진함에 있다고 봅니다. 아귀 간(あん肝; 앙키모)이나 베트남 반미에 들어가는 빠테와 비슷한 느낌이죠. 그중에서 푸아그라는 꽤 느끼한 편인데 카카오, 체리의 단맛이 푸아그라의 느끼함을 잘 조절해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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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리소토입니다. 위에는 오마르 새우가 올라가 있죠. 오마르는 프랑스어고 이를 영어로 하면 랍스터라고 하죠. 즉 랍스터가 올라간 리소토입니다. 적절히 잘 데쳐서 잘게 썰어 놓은 아스파라거스가 약간 단단하게 익힌 쌀과 함께 밑에 깔려 있고, 위의 소스는 비스크를 에스푸마로 가공한 것입니다. 이날 먹은 메뉴 중 가장 맛있었습니다. 프렌치 와서 가장 맛있게 먹은 게 리소토라니... 역시 저는 안될 놈인 것 같습니다. 비스크의 향도 좋고 랍스터도 큼직해서 씹는 맛이 좋았습니다. 애초에 저는 비스크를 정말 좋아하는데 비스크가 특별히 맛있다거나 특별히 별로인 가게는 본 적이 없습니다. 파인 다이닝 좀 치시는 분들이면 그 섬세한 차이를 아시리라 생각하지만 저 같은 맛알못은 "비스크 = 그냥 다 맛있음"인지라... 또한, 이곳의 랍스터는 다소 오버쿡이 된 건지 제 기준에서는 꽤나 단단하고 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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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메인 요리입니다. 첫 요리는 농어 스테이크입니다. 밑에는 김이 들어간 버터 소스가 있고, 익힌 하치쿠(淡竹)가 놓여있습니다. 하치쿠는 죽순과 굉장히 비슷한 식재료로 사실 큰 차이를 못 느끼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꽤 맛있게 먹은 메뉴입니다. 생선도 껍질 부분은 바삭하게, 살 부분은 부드럽게 잘 익혀졌고 버터 소스와의 조합도 괜찮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남은 소스에 빵 찍어먹어도 맛있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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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메인요리는 역시 스테이크죠. 미야자키(宮崎) 현의 소고기와 야채 55종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메뉴입니다. 사진은 이렇게 보여도 실제로 보면 꽤나 임팩트 있습니다. 야채의 산속에 파묻힌 소고기 같습니다. 진짜로 55종류의 야채인지 아닌지는 안 세어봤지만 정말 많은 종류의 야채가 제공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제 보니 아내는 소고기 3점 주고 저는 2점 주던데 조금 억울합니다.


야채는 쿄야사이(京野菜), 즉 교토산 야채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는데 그 외에도 여러 야채가 들어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주라고도 불리는 고야(ゴーヤー)도 있고 무 절임도 섞여있습니다. 우리나라 3성 레스토랑 셰프님께서 싫어하신다고 하는 식용 꽃도 있습니다. 야채는 날 것, 튀긴 것, 구운 것 등등 다양한 조리법이 섞여있어서 식감도 다채롭고 소고기도 굉장히 잘 구워졌습니다. 역시 고기 2점인 게 조금 억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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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디저트입니다. 디저트가 3종류 나오고, 마지막에 차와 다과류가 나옵니다. 차/커피 메뉴도 굉장히 풍부한 편입니다. 디카페인 커피도 있고 허브티나 홍차 종류도 많았습니다. 저는 콜롬비아 다크 로스트를 시켰습니다. 디저트류는 평범했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차와 함께 제공된 다과류가 개인적으로는 조금씩 여러 맛을 느낄 수 있어서 괜찮더군요.


식사가 끝날 즈음에는 셰프님이 직접 테이블로 오셔서 인사를 해주십니다.


코스 2인분에 각각 음료 한 잔씩 해서 약 39,000엔이 나왔습니다. 점심에 한화로 35만 원을 태운 거죠... 뭐 사실 식사권 3만 엔어치를 썼으니 실질적인 지출은 9천 엔이긴 합니다. 1인당 5000엔 정도 낸 것 치고는 과분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하지만 달리 말하자면, 만약 이걸 4만 엔 (1인당 2만 엔) 정도 주고 먹었다면 만족도는 떨어졌을 것 같습니다. 몇몇 메뉴는 입에 맞지 않거나 평범했고, 맛있다고 생각한 메뉴들 또한 "그냥 잘하는 집"정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스테이크 쪽으로만 따지자면 고베의 KARMA 같은 곳이 더 저렴한데 같은 수준, 혹은 그 이상의 스테이크를 맛볼 수도 있죠. 랍스터, 비스크를 이용한 리소토 또한 오사카로 따지자면 QUINTOCANTO과 같은 이탈리안 파인 다이닝 쪽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하고요.


괜찮은 파인다이닝이라고 생각하고 분위기나 서비스 등등 다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비슷한 가격의 다른 파인 다이닝 쪽이 더 만족도가 높았는데 그런 가게들은 미슐랭 별을 달고 있지는 않죠. 프렌치로만 따져도 오사카 리츠칼튼이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별을 떼였다지만 10년 넘게 미슐랭 별을 달고 있던 가게에서 "맛있다!"라는 감정을 못 느끼는 것 보면 저도 미식가 되기는 글러 먹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다음 주 월요일에 갈 돈카츠 후지이(とんかつ ふじ井)가 더 기대되네요. 제가 생각하는 일본 돈까스 넘버원입니다.


프렌치 좀 치시는 분들이라면 분명히 평가가 바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매달 메뉴도 바뀌니 다음 달에 방문하면 또 다른 느낌이겠죠. 어디까지나 맛알못의 프렌치 후기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로 7, 8월은 중식당 콘셉트로 운영한다고 하는데 오히려 이때 가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시고 “아 프렌치 그렇게 즐기는 거 아닌뎋ㅎㅎㅎㅎㅎ”하신다면 꼭 알려주세요. 제대로 한 번 즐겨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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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산책을 했는데 이런 집을 발견했습니다. 한국 분들에게도 유명한 라멘집 이노이치(猪一) 근처인데 참 한국스럽네요. 양곱창 좋아하는데 같이 먹을 사람이 없단 게 슬픕니다.




종합평가: ★★★☆ (3.5)

상점명 : Restaurant MOTOÏ(モトイ; 모토이)

시식일시: 2025년 6월 6일 (금) 13시경

위치: 지하철 카라스마오이케(烏丸御池) 역 또는 교토시청(京都市役所) 역에서 도보 10분가량

Google map : https://maps.app.goo.gl/3WqwwH8Dwbb2PMtg7


제 리뷰의 점수 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명점 = 장시간의 웨이팅 또는 치열한 예약경쟁의 가치가 있는 집

★★★:맛집 = 단시간의 웨이팅 또는 예약의 가치가 있는 집

★★:평범 = 어딜 가나 있을법한 퀄리티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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