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가을
마치 거짓말처럼 정신없는 수업이 끝났다.
모든 불을 끄려던 찰나 누군가들의 질문들이 떠올랐다.
- 선생님은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 네
- 왜요??
- 그렇게 생각하니까요
- 선생님은 사는 거 재밌어요?
- 네!
- 좋겠다...
- 별 생각이 없어서, 단순해서 그런 거 같아요 :)
살다 보니 누군가 부러워할 때 가볍게 싱긋 웃어버리는 나만의 지혜가 생겼다.
어떤 인연으로든 만나게 된 하나하나 고유하고 각양각색인 학생들은 화실치고 듣기 힘든 다양한 질문들을 하곤 한다.
- 깨달음은 어떻게 얻는 건가요?
- 설명할 순 있지만 설명할 수 없어요 :)
몇 분이나 더 그렸을까 학생은 또 질문한다.
- 선생님은 어떻게 깨달음을 얻으셨나요?
- 제가 깨달음을 얻었을까요?
빈 공간이 말 대신 연필이 종이에 갈려 사각거리는 소리로 겨우 다시 채워질 무렵 학생이 묻는다.
- 사람들이 묵언수행을 힘들어하는 이유가 뭔가요?
- 글쎄요? 사람들이 묵언수행을 힘들어하는군요?
한 번 생각해 볼게요
조용히 그리다가 생각을 정리한 뒤 말을 했다
- 아마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고 드러내고 싶어서 아닐까요. 반대로 묵언하는 사람들에게는 말하라고 요구하는 게 되려 힘들 거 같네요
학생이 아! 하고 끄덕이더니 또 물었다.
- 죽을 때까지 새기고 살면 좋을
불변의 진리 같은 게 혹시 있나요?
- 살까 죽을까 중에는 웬만하면 사세요 :)
이걸 본 누군가가 학생은 정말 지구의 모든 것을 너에게 질문하고 너는 그걸 다 대답할 수 있다는 게, 어쩌면 그게, 제일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나 또한 모르는 일은 아니라서
역시 그냥 웃어버리고 말았고
수업이 끝나면 손목이 아프거나 목이 아프거나
둘 다 아프지만 다행히 마음은 가볍고 멀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