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반사이익

날씨 : 약간의 비

by mess planet expert
어느 가을의 모든 색


세상이 별로여서 좋은 점이 있다.


아무 무게 없이 자주 하던 나만의 생각이 하나 있었

바로 세상이 별로여서 생기는 이점이 있다는 생각


어느 봄, 버스에서 차비가 없어 내리려는 사람에게 대신 냈던 1600원으로 평생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었다.


이런 햇빛을 좋아하게 되었다


어느 여름에는 수업 중 과도에 찔려 수건으로 피가 뚝뚝 떨어졌었다. 손목이 아파 대충 칼을 쓴 게 화근이었는데


차분하게 깨끗한 수건으로 매고 심으려던 사과씨도 심고 화실을 최소한으로 정리한 후 천천히 걸어가던 중 아마 평소처럼 먼저 오던 사람들을 마저 보내고 응급실에 천천히 걸어갔었을 것이다.


우연히 옆에서 그걸 본 학생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그날 관찰한 모든 걸 글로 기록했었다.


어느 날의 하늘


날이 더워지던 어느 초여름, 한강에야외드로잉을 하다 먹던 캔을 한강에 버리는 중학생들을 봤다.


"잠깐 그리고 계세요"

"저기 갔다 오시려고요?"


강 앞까지 걸어가서 뒤에서 그 학생들을 불렀다.


저거 다시 주울 수 있어요?


눈이 웃는 듯 마는 듯, 입이 웃는 건지 아닌지 모를 정도의 한 애매함이 담긴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요...




- 근데 왜 책임지지 못할 짓을 해요

- 저희가 안 그랬어요


학생들이 발뺌하기에 상냥하게 봤다고 대답해 주었다.


- 뒤에서 봤어요 :)

-.......


- 어디 학교예요?

- * * * 중학교요


열댓 명은 되는 거 같은 아이들의 학교 교무실에 전화해 이런 일이 있었다고 받은 사람에게 상세히 알려드리니 수화기 너머에서도 거듭 밀려오는 사과와 황송함이 느껴졌다.


그렇게 뜬금없이 시작하게 된 로깅 데이였다.


반짝거리던 나무


"담배는 필 줄 아네요"

"젓가락질은 할 줄 아는군요!"

"오! 캔도 마실 줄 아네요"


라고 말하며 쓰레기를 하나하나 주웠다.

두 시간을 주워도 끝이 없었고.


나름 선생이라 욕은 못하니 화를 내지 않으려 최대한 머리를 쓴 방법은 저렇게라도 내뱉는 게 최선이었는데


학생은 고맙게도

"선생님의 이건 할 줄 아네요 _라는 말의 속에는 쓰레기는 버리는 데 이것저것 먹을 줄은 아네!라는 선생님의 생략된 말이 느껴져요!"라고 말해주었다.


키우는 화분에 있던 빛


세상이 별로여서 그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틈새이익을 얻고 있다는 비밀스러운 나만의 생각.

이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건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말이 없고 인간보다는 식물을 좋아하고,

말하는 것보다는 역시 침묵하는 걸 좋아하고,

돈 조금 벌어 책 구매에 가장 많은 지출을 하는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 있었.


어느 쪽이든 끝없는 갈림길에 선 세상에서

내가 나서서 이렇다 할 재주도 그런 일에 흥미도 크게 없지만 그렇다고 항상 세상을 포기하지는 않았고.


어쩌다 삶에서 항상 비주류를 선택해 온 결과는

엘리트 교육을 받고 자퇴한 평범한 시민이자 고졸 사람. 그러나 해야 하는 말을 기어코 정확하게 하는 사람.


누군가에게는 선생님, 누군가에는 예술가로

누군가에는 양아치, 누군가에게는 존경받는 무엇으로

누군가에게는 소시민, 누군가에는 친구로.


살다 보니 주류와 비주류로 깨끗이 분류되지 않는 곳에만 서 있는 무언가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이런 나를 좋아해 주는 건 세상이 별로여서 얻는 틈새이익이 분명하다 혼자 결론 내렸다.


책 사서 온 사은품 독서등이 예쁘다


작가의 이전글지혜에 대한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