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 가을과 겨울 사이
성격이 괴팍해 남 듣기 좋은 소리를 잘하지 못하고 아직도 내가 선생님인 걸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선생님!
- 왜요
- 누가 거미집이 얼굴에 붙어서 화를 내는 걸 봤어요
- 희한하네요. 왜 인간이 화를 내나요.
집 부서진 건 거미인데.
학생이 웃었다.
찐 고구마를 먹는 법을 알려준 바로 다음 날 군고구마 먹는 법을 알려달라던 학생에게 껍질을 벗기는 법을 알려줬다.
이제는 고구마로 질문하지 않는다.
대신 식빵을 어떻게 먹냐고 질문하길래 알려줬다.
" 선생님 식물은 어떻게 잘 키워요?"
식물도 말이 많다네요.
물 달라하면 물 주고 햇빛 달라하면 햇빛 주고
이제 저리 가라고 하면 비켜주면 됩니다
- 근데 제가 키우면 다 죽어요
- 그냥 내비둬도 잘 크는 게 식물인데
화실 안팎의 식물들을 같이 보다가 구석에 시든 식물을 보고 학생이 물었다.
- 어 얘는 잎이 왜 그런가요?
- 죽었네요. 제가 죽인 거죠 뭐
식물이 죽는 건 다 인간 탓이지
- 선생님, 보통 사람들은 내 탓이라고 잘 안 해요
그래서 이럴 때마다 선생님이 웃겨요
- 네, 근데 그러니까 인간이죠
- 선생님 보면 동화 속에 있는 마녀 같아요
- 전생에 한 번 이상은 해보지 않았을까요?
- 그리고 이 공간이 되게 비현실적인 공간 같아요
- 그렇군요
- 봄에 덩굴들 올리려고 덩굴이 올라갈 줄을 묶는 걸 보고 분명 선생님이 전생에 한 번은 거미였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살다 보니 거미에서 마녀까지 두루두루 살아볼 수 있었고 모든 것에 감사해졌다.
나 역시 거미든 마녀든 어떤 삶이든 스스로 거부하지 않아서 오는 것임을 조용히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