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있는 입시생들을 응원하며
벌써 마지막 사촌동생이 수능을 보는 나이가 됐다.
사촌동생이 최근에 고민상담을 했다.
- 언니는 영어 잘했어?
- 아니, 근데 수능은 만점
-?!?! 언니 영어 잘했구나
- (그거랑은 상관이 없다 생각하며) 다 풀고 20분이 남아서 망했다고 생각했었어. 남은 시간에 한 문제를 20분 풀었었어
- 언니, 수능 잘 봤어?
- 응 잘 봤었어.
근데 대학은 어차피 수능 안 보는 곳 갔어
어느 날엔, 링거를 맞으며 병원에 누워 있었고
우연히 옆 커튼 환자가 단어를 외우고 있었다.
- aonvvo... 는 ₩&@#*×
- (누워서까지... 아이고)
원래는 말을 안 했겠지만 방에 둘 뿐이기도 했고
그냥 슥 말을 붙였다.
- 수능영어 외워요?
- 네 ㅠㅠ
- 쉬면서 하세요
- 감사합니다ㅠㅠ
- 영어 만점이었는데... 필요하면 기 받아 가세요...
- 헐 대박!!!!!!
다행히 내가 먼저 수액이 끝나 얼굴을 안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문신이 온몸에 있고 사람들이 자주 놀래서 놀라게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어쨌든 시대가 바뀌어도 한국 학생들에게 여전히 공부는 중요했고.
대입 공부로 힘들어하는 한 학생에게 말했었다.
- 대학을 가야 입학도 하고 자퇴도 할 수 있죠.
선택권이 넓어져요 :)
수업을 배우던 어머니가 대뜸 그랬다.
- 선생님한테... 제 딸 입시 맡기고 싶어요...
- (?!?! 대체 왜...)
그림을 봐주고 있었고 어떤 학생이 그랬었다.
- 선생님처럼 똑똑한 사람 살면서 처음 봐요...
- (뒤를 돌아보며) 고졸이요?
고졸이라 하면 학생들이 좋아한다.
사실인데.
말이 길어졌지만,
수능을 잘 보고 수능을 보지 않는 한예종을 가고
한예종을 가고 졸업 전 자퇴를 하고
자퇴를 하니 깨어있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게 되고
월세를 내야 해서 할 수 있는 미술을 가르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정말 안 할 거라던 작업을 결국 하게 되고
자퇴를 하니 어쩌다 선생님들의 선생님이 되었다.
써놓고 보니 모든 것에는 진심이었다는 공통점 밖에 없지만 실은 그게 다인 것 같다. 용기 있게 모든 갈림길에서 결국 마음을 따르는 선택을 하는 것.
살아보니 알게 된 삶의 묘미.
이 글을 보는 입시생이나 수능생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모든 삶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