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염치가 없네요
사는 데에 염치가 어딨어요
사는 데 염치가 없다는 말에 궁금해 되물었다.
- 미안해
- 너가 그 말을 하려고 지구에 온 건 아닌 것처럼
나도 이 말을 들으려고 지구에 온 건 아니야
대뜸 누가 미안하다길래 답했다.
제가 인간일 땐 찾아오지 마세요 _
라고 해도 웃어버렸고
선생님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는 말에는 어이없게도 매번 대답할 수 있었다.
살면서 꼭 잊지 않고 살면 좋은 게 있나요 _
라는 질문엔,
살까 죽을까, 고민되면 사세요
돈으로 해결될 정도면 큰 일은 아니라네요 _
라는 무성의한 말은 누군가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사실은 말하지 않아도 다 느껴지는데요 _
라고 말하지 않아도 다들 이미 알음알음 알아서
모든 것이 헤집어져도 괜찮은 사람들이 주변에 고맙게도 남게 되었다.
넌 도대체 인생이 매번 왜 그래 _ 라며 헤실 웃던 여자는 술 마실 때도 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마시는 사람이면서 그런 말을.
가볍게 나도 따라 웃었다.
차고 있던 빛바랜 염주를 풀어 아무 말 없이 건네던 제주의 스님은 어쩌면 곧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만약 전쟁이 나면 선생님 옆으로 와야겠어요 라던 학생은 갑자기 실손보험상담을 했다.
그런 지구의 질문이 끝나면 다른 세상의 질문들을 받곤 했다.
- 저희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사람이 죽으면 새가 된대요. 정말 새가 되나요?
- 글쎄요
씩 웃고 말았다.
그 질문을 하던 사람은 그걸 모르면 안 될 거 같았는데
- 저한테 어울리는 새로운 이름이 있으면 지어주세요
- 오래 걸릴 것 같아요
- 여기 귀신이 있나요?
- 제가 어떻게 알아요
- 아... 왠지 없을 거 같아요 있었으면 이미 선생님이 말했을 거 같아요
- 제가 여식이 있나요?
- 그 말의 저의가 뭡니까
그 사람은 운전을 하고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아이처럼 울어버렸다.
빨간 불을 몇 번 초록 불을 몇 번 지나고 우리는 헤어졌다. 다른 좋은 날에 또 뵈면 좋겠습니다 _ !
라는 눈이 퉁퉁한 노인의 극진한 배웅과 함께.
내가 황당한 것만큼 지구도 황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