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31
살다 보니 타로카드가 생겼고 그 카드들이 나를 닮았다고 했다. 에메랄드 빛 속 금 테두리의 카드들.
요리조리 비춰봐도 색이 달라져서 혼자 좋아하고 황홀해한다.
지구에서의 몇 년이 꿈처럼 지나가는 동안
어느새 타로를 조금씩 볼 수 있게 되었다.
세어 보면 일 년 중 타로카드를 꺼내어 보는 날은 많지 않다. 더군다나 나를 위한 경우는 더 드물다.
자주 보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자주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타로를 봐주는 사람도 에너지가 잔물결 없는 호수처럼 가볍고 깨끗해야 하고
타로를 보려는 사람도 에너지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스스로 느끼게 되어서였다.
어떤 여자는 그랬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시장에 나가 무료로 사람들의 타로를 봐준다면서. 그녀가 덧붙인 말은
"스스로 일주일에 하루는 매주 시장에 나와 사람들에게 내 재능을 나누기로 결정했어요. 그리고 매주 그렇게 하는 것뿐이에요."
어떤 밤,
타로를 펼쳐 무언가를 물어봤다.
이 날은 혼자였기 때문에
편안하게 두 손을 모으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아주 천천히 눈을 감고 타로를 골라냈다.
제가 여기에 온 이유가 뭘까요
제가 무엇을 하러 여기에 왔을까요
같은 물음표들
그중 하나 처음 보는 카드가 있었고
많은 것을 조용히 모르는 채로 묻어두었다.
시간 지나 어렴풋이 알듯 말 듯 한 그 뜻은
큰 변화와 혼란이 올 언젠가
놀라고 무서워하는 다른 이들을 설득하거나 가르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옆에 있어주라던 말인 것 같았는데
하지만 부처님도 눈물이 많았다는데 _
달라이 라마도 방에서 장난감을 만지작대면서
세상 밖에 나오고 싶지 않았던 날이 있었다는데 _
역시 지구는 정말 지구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