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alive _!
- 열심히 사는 건 좋아
- 맞아.
- 네가 너무 혹사하지 않으면 좋겠어
- 나는 살다 보니 내가 웃으면서 돈을 받을 수 있는 지를 우선으로 고려하는 거 같아
- 그거 책 <돈의 속성>에도 나온다?
- 아, 그래?
- 돈에도 퀄리티가 있대, 질 좋은 돈을 벌어야 내 곁에 오래 두고 또 좋은 데로 다시 흘려보낼 수 있대
- 생각해 보니 나는 최근 1 - 2년 동안 아무도 웃지 않으면서 나에게 돈을 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더라고
- 야...
- 왜?
- 너무 감동이다 진짜...
- 그런 일을, 나는 하고 싶어 :)
지금까지
내가 어떤 일들을 해왔는지
자리에 조용히 앉아 천천히 떠올려봤다.
세계 맥줏집, 와인 바, 대만 음식점, 행사 조명 팀장, 광고회사 행사 업무, 홍대 파스타 집, 대창구이 집, 타투 작업, 입시 과외, 짜이 티 카페...
돌이켜 보면
뭐 하나 크고 작게 도움이 안 된 일이 없었다.
be _ alive
얼마나 생생히 살고 싶었으면,
저런 제목을 지었을까
- 선생님, 저도 알바를 지원해 보려고요!
- 뭐든 해 보세요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움이 됐나요?
- 대창구이 집에서 일하는 동안 부탄가스를 터뜨려서 버리는 걸 배웠어요. 살면서 유용하더라고요
- 또 어떤 게 도움이 됐나요?
- 타투 샵에 있으면서 눈으로 피를 볼 일이 많았는데 그런 거에 익숙해져서 요리를 하거나 그럴 때 좀 편하더라고요.
대창구이 집에서 하나 기억나는 일은
곱창전골을 시킨 어느 사람이었다.
- 저기요, 이거를 이렇게 자르면 어떡해요
- 혹시 무슨 일이실까요?
- 아니, 누가 팽이버섯을 세로로 잘라요...
가로로 잘라야지 진짜...
- 아... 죄송합니다
가게의 곱창전골은 배운 대로 세로로 자른 게
그게 화근이었다.
뭔가 속상해서 흡연실에서 울었던 거 같다.
아마 단순히 그 일뿐만은 아니었던 거 같지만 _
어쨌든 그렇게 수없이 이루 기억나지도 않는 그런 일들을 지나서야 비로소 할 수 있게 된 말이었다.
어느 날 문자가 왔다.
어떤 계약서와 함께
- 그 내용 보시고 괜찮으시면 사인하시고 보내주세요
본인 자식의 포트폴리오를 대신 그려주는 대가로 쓰인 큰돈. 모든 저작권은 본인의 자식에게 있으며 절대 비밀에 부친다는 서약서까지 과연 깔끔했다.
영화가 현실의 모방이라는
어디서 본 말도 머릿속에서 지나갔다.
- 네, 사인하셨나요?
- 아뇨. 문제가 있는데요 :)
- 아뇨, 아뇨, 아무 문제가 없어요
이게 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거고...
- 윤리적 문제가 있는데요 :)
-.......
- 저는 못할 거 같네요. 죄송합니다.
직업도 없이 가족도 없이 홀로 집을 나와
누구보다 생활비가 급했다.
가장 먼저 알아본 게
일용직을 위해 필요한 이수증이었을 정도니까
그래도 항상 비슷했던 거 한 가지는
어떻게든 살고자 하는 의지와
내가 살기로 한 삶에 더는 울지 않는 일
마침 그때 온 연락이었다.
다행히 마음 가는 대로 순순히 거절을 했고
그로부터 조용히 나만 아는 시간이 지나
실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_ 하고 미팅비를 받으며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실은 삶이 가장 영화 같다 _라는 말보다는
영화가 삶 같은 게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