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세상을 후원하고 싶어
큰 글자도 작은 글자도 아닌
말 그대로
대충 스리슬쩍 세어도 나 하나 잘해서
잘 한 건 세상에 하나도 없고
원래 있던 물 마시고 풀 먹고 자라서
태어나 온종일 받은 건 사랑뿐이라서
할아버지는 말이 없는 옛 어른이었다.
단 한 번도 소리를 내지 않고 항상 허허 웃는 참 어른.
그런 어른이 단 한 번 성을 내셨던 건
5살 손주와 바둑을 두다가
패배를 직감한 손주가 바둑판을 엎었을 때
손주는 울고 우리는 웃고 할아버지는 화를 냈다
알게 모르게 공공연히 혹은 남모르게 받아온 사랑과 마음들은 보이지 않는 도장같이 어딘가 찍혀있었고 무언가를 말하게 했다.
단지 어떻게 그리고 언제 같은 걸 고민했지
말을 할까 말까를 고민한 건 아니었으니까.
할아버지는 4월 2일에 돌아갔다.
도착하고 떠나는 사람만 알 수 있는 그런 곳으로
그리고 4월 2일의 다른 말은 내 생일
우리는 운이 좋아서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일주일 전 왠지 무리를 해서라도
보러 가야 할 거 같았고 그래서 갔다.
당신은 누워있었고 한쪽 몸이 부어있었다
주변에 인형이 있었고 할머니도 있었고
정신이 없어도 이리저리 일하며
모은 돈 가장 예쁜 봉투에 넣어서
알록달록한 동물들이 그려진 그런 걸
작은 가방에 구겨지지 않게
네가 할아버지 용돈 준 첫 손주네 _라는 할머니의 말
사실 우리는 내가 마지막 손주일 것도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 이미 알았어요
나도 손을 잡고 할아버지도 잡고
무엇인지는 아직은 모르겠지만 잘 부탁한다
서로 그런 마음 나누고
안녕히 가세요 _
산책하다 나무를 볼 수 있다니
나는 운이 좋아도 너무 좋아
여행하다 이런 걸 볼 수 있다니
운이 좋아도 너무 좋은 삶
받은 대로 세상을 후원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