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지옥도 가라면 갈 것 같아요
작은 화실에서 여느 날처럼 학생과 단둘이 그림을 조용히 그리고 있었다. 열심히 무언가를 그리던 학생이 적막을 깨고 말했다.
선생님, 천국 갈 것 같아요
보내주면 가야죠
학생은 한 3분 정도 사각사각 그려대다가 다시 말했다.
근데, 선생님은 지옥도 가라면 군말 없이 갈 것 같아요
까라면 까야죠
학생은 못하는 이야기가 없고,
나는 답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적은 탓에
이런 얘기들이 자주 돌아다닌다.
거미 이야기도 어느 날에 나눴었다.
화실 구석구석 부지런히 거미줄을 쳐 두는 거미들을 냅두는 게 의아했던 모양이었다.
선생님 사람들은 거미를 싫어해요
왜요?
거미나 거미줄이 더럽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나요?
- 아니요.
사람들은 이유나 정확한 근거 없이 그 친구들을 싫어하는 것 같아요. 그냥 더럽다는 느낌에서요
나도 그 이유를 모르지는 않지만 잠자코 모르는 체를 하고 있었다.
- 실제 자연에서 그 친구들이 어떤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보고 피부로 느낀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 그런 것 같아요
- 천천히 생각해 보면
나와는 아예 다른 종, 다른 존재다 _
라고 나와의 선을 그었을 때 따라오는 근거 없는 두려움은 아닐까요?
- 그런 것 같아요
어떤 것에도 그런 것 같다며 수긍해 주는 귀여운 학생에 작게 웃었다.
어느 날엔가,
학생은 거미에 대한 무서움과 두려움이 있어 그걸 극복해 보고자 거미 세 마리를 데려왔다고 했다.
그런 학생이 귀엽고 대단해 웃었다.
거미가 탈피할 때마다 그 껍질을 하나하나 갖다 주는 것도 지구의 작은 보너스라고 여기게 되었다.
매일 흙이 마르지 않게 부지런히 식물에 물을 퍼 나르는 나를 보고 학생도 어느샌가 동참하기 시작했다.
- 저도 이 식물 키워보고 싶어요
- 뿌리 나면 줄 테니 키워보세요
키워보고 싶다던 식물은 자주달개비였다.
콕 집은 그 이유가 궁금해 물어보았다.
- 이걸 왜 키워보고 싶었어요?
- 마녀를 닮은 식물이어서요
원래도 많은 질문이 더 많아지곤 했다
- 이건 뭔가요?
- 유칼립투스입니다
- 이건 뭔가요?
- 무화과예요
- 이건 먹을 수 있나요?
- 딱 봐도 먹을 수 없을 것 같지 않아요?
주로 식물들을 보면 먹을 수 있는지 여부를 먼저 묻는 학생이 황당하지만 늘 답을 하려 노력한다.
그 노력이 바닥을 쳤을 때 참지 못하고 저런 말이 나가긴 하지만
거미나 비둘기를 싫어하고 미워하지 않는 것만으로
천국에 보내주는 거라면 가도 되겠지 _
라고 작게 웃었다
지옥에 가라고 하더라도
군말 없이 갈 거 같다던 학생의 말에
어련히 이유가 있으니 보내겠지요_
라고 웃으며 대답하던 나도
글을 쓰며 잠깐 스치듯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