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쉽게 범람한 마음의 흔적
무언가를 너무 열렬히 바랐던 날의 끝엔 그만 모든 것을 다 놓고싶어졌다. 남들은 이미 다 지나간 길을 저벅저벅 걸으며, 아무도 없는 섬을 생각했다. 발밑에 와서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가만히 떠올려봤다. 이대로 무릎을 꼭 끌어안고 앉으면 따개비나 보말같은 것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릴없이 와서 부서지고마는 파도에 거품이나 더하며 살고싶다고. 정말이지 난 좋아하는 게 없었으면 한다고.
미움에만 독이 있는 게 아니야. 때로는 사랑하는 마음도 이렇게 고단해서, 그 무엇도 사랑하지 않고 싶게끔 만들고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