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으로도 낫지 않는, 마음의 병
나는 스스로가 남들보다 예민한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조금만 자극이 와도 유난히 크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경적 소리, 길거리의 공사음, 사람 가득한 대중교통…
이런 일상적인 것들도 내겐 부담스럽다.
그래서 밖에 나갈 땐 아무것도 듣지 않도록
이어폰을 끼고 소음을 차단하곤 한다.
그건 나를 보호하기 위한 작은 장치다.
사실 이런 예민함의 뿌리는 ‘불안’이다.
잔뜩 쪼그라든 호일 같은 내 마음을
날카로운 예민함으로 감추려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그 불안은 마음만이 아니라
몸까지 잠식해버렸다.
결국, 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갖게 되었다.
이 증상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스트레스와 불안이 자율신경계를 교란시켜
속이 불편하고, 수시로 화장실을 가야 한다.
병원에서는 “이상 없다”는 소리만 들을 뿐이다.
결국 약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 병이다.
나는 이 증상이 직장을 그만두면 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퇴사 후에는 두려움과 죄책감이,
사업 시작하고는 새로운 불안이 내 배를 계속 아프게 했다.
한 번 생긴 이 증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조금 나아졌나 싶으면 다시 도졌다.
이제는 대장과 나 사이에 원만한 합의가 필요하단 생각까지 든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중에도
한 손으론 배를 쓱쓱 문지르며
장을 다독여보고 있다.
내가 보기에 이 증상은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지고
치열하게 살아가려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하나의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든다.
내 불안은 무언가를 해내려 부딪힐 때마다 커졌고,
그 불안을 감당하려 했던 마음은 예민함이 되었고,
결국 몸까지 함께 반응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애쓰며 살아가는 나에게
진짜 필요한 휴식을 주고 싶다.
그냥 몸을 쉬게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내려놓는’ 휴식 말이다.
쉽진 않겠지만,
그렇게 조금씩 나를 풀어주다 보면
언젠가 이 증상도 스르르 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