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도 '쉼'을 잊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길 바라며.
집은 내게 ‘휴식’을 의미했다.
밖에서 묻혀온 온갖 얼룩들이
현관문만 들어서면 말끔히 씻겨나갔다.
몸과 마음이 텅 빈 깡통처럼 느껴지더라도
그 안에서만큼은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집은 더 이상 나를 쉬게 하지 못했다.
몸과 마음이 안정되기는커녕,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이곳은 점점 지옥이 되어갔다.
나는 마치 길을 잃은 강아지처럼,
한순간도 마음 편히 앉지 못한 채
안절부절하며 집 안 곳곳을 돌아다녔다.
‘일과 쉼의 분리’가
이토록 중요한 것인지
온몸으로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노트북을 켜서
일을 하다가, 어제만큼 쌓인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이따금 울리는 전화에
응답하다 보면 어느덧 점심 시간이 되어
밥을 차리게 된다.
별거 아닌 일들이다.
그런데 왜 이토록 버겁게 느껴질까.
자질구레한 일들의 순서를
줄세우다가, 문득 짜증이 밀려온다.
‘아, 너무 귀찮다.’
그러면서도 몸과 머리는 쉴 틈 없이 움직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다 내가 선택한 일인데.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걸까.
한가득 짜증이 밀물처럼 밀려오다
갑작스레 잠이 쏟아진다.
결국 잠을 이기지 못해
소파에 턱, 하고 쓰러졌다.
그래. 회피하고 싶었겠지.
내 몸이, 나를 쉬게 하려고
억지로라도 눈을 감게 만든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을 얻은 대신,
나는 내 안에 나를 가둬버렸다.
셀프 임플로이드로서의 삶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탓일까.
나를 몰아붙이며 쉬지 못하게
하다 보니, 집이 휴식으로부터
멀어진 것 같다.
이제는, 다시 집이
휴식이 될 방법을 찾아야겠다.
쉬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새삼, 나보다 먼저 이 삶을 겪으며
휴식의 방법까지 터득한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당신, 정말 열심히 살았군요.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