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링링’
고요한 집안의 정적을 깨트리는 커다란
알림 소리에 재빨리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내게 울리는 알림 소리의 8할은
게스트하우스 예약 알림이다.
답장 타이밍도 중요해서
혹시나 예약 손님을 놓칠까
항상 핸드폰을 옆에 두고 산다.
그런데 아쉽게도
급하게 확인한 핸드폰 화면에는
예약이 아니라
오늘 입실하는 게스트가
길을 묻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길을 잃었어요. 어떻게 가야 하나요?’
겨우 한 줄짜리 메시지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잡혔다.
이내 자세를 고쳐 앉으며
게스트에게 길을 알려줄 준비를 했다.
한국인이라면
주소를 지도 앱에 넣고
알아서 잘 찾아올 테지만,
우리 숙소를 찾는 게스트 대부분은 외국인이다.
길을 찾는 데 애를 먹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낯선 땅에서
정체 모를 글씨로 이루어진 간판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숙소를 찾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
그런데 여기서 더 쉽지 않은 경우가 있다.
게스트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길치’일 때다.
그에게 길을 알려주는 일은
마치 구멍이 작은 바늘에
얇은 실을 끼우는 과정 같다.
게스트가 있다는 곳부터
도보로 10분 남짓한 거리를
하나하나 로드맵으로 캡처해 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게스트가 길을 거꾸로 가는 바람에
방향을 다시 설명해야 했고,
메시지 창은 순식간에 길어졌다.
마침내
겨우 숙소를 찾아 들어온 게스트를 보며
나는 제 할 일을 마친 사람처럼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문득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도 이런 일들은 종종 있었지만
귀찮음보다는
행여나 게스트가 길을 못 찾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먼저였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건지,
아니면 내가 간사해진 건지
1년이 지난 지금은
길을 묻는 메시지를 보면
답답함이 먼저 올라온다.
‘주소도 다 알려줬고,
지도 이미지까지 만들어서 보내줬는데
왜 길을 못 찾을까…’
예전에는
게스트가 우리 숙소를 예약하고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마음속에는
짜증이 먼저 자리 잡았다.
붉어진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냉수 한 잔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나는 아직
이 일을 그만둘 생각은 없는데,
벌써 이런 마음이 드는 게
조금 마음에 걸렸다.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게 됐다.
그동안 이런저런 일을 무수히 겪으며
이 정도쯤은 내성이 생긴 줄 알았는데
내성이 생긴 게 아니라
짜증의 발화점만 낮아진 것 같았다.
게스트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던
지난날의 나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심기일전해 보기로 했다.
그때
메시지 알림이 다시 한 번 울렸다.
‘감사합니다.’
아까 길을 알려줬던
그 게스트의 메시지였다.
다섯 글자를 보는 순간
짜증 난 마음을 애써 누른 채
답장을 보내던
조금 전의 내가 떠올라
괜히 부끄러워졌다.
잠깐의 귀찮음과
상대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채
누군가를 대한
오늘의 나를 돌아보며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될
이 감사하는 마음이
언젠가 또 다른 감사할 일을
내게 가져다줄 거라 믿으며.
황무지에서 시작했던
우리 게스트하우스에
게스트가 하나둘 늘어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