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세수를 하다 소매 끝이 젖은 것처럼,
조금 거슬리더니 어느새 나는 이미 물속에 있었다.
버티거나 빠져나올 생각도 들지 않는 깊이였다.
작년 이맘때도 비슷했다.
그땐 어떻게든 몸을 움직였다.
손을 뻗고, 숨을 참고, 올라가려 애썼다.
이번에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제자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나를 눌러놓고 있었다.
‘또 시작이구나.’
그 생각이 떠오르자
나라는 사람에 대한 혐오가 먼저 올라오며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 그대로 잠에 들었다.
꿈에서 나는 어두운 거실을 지나
유일하게 불이 켜진 방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있었다.
소파에 엉켜 앉아 잠들어 있거나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도 그 사이에 앉았다.
잠시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람들이 사라졌다.
소파에는 나만 남아 있었다.
아, 또 혼자구나.
눈을 뜨고 나서야
우울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알 것 같았다.
외로움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의 나는 약속을 미루고
사람을 피하고 있었다.
즐거움을 기대하기보다
감정을 쓰고 돌아올 장면이 먼저 떠올랐다.
만남은 점점 노동같달까.
이야기를 나눠도
내 말은 흘러가고
상대의 말은 내 안에 남았다.
공감은 오지 않고
생각할 거리만 쌓였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나와 너무 달라진 사람들 앞에 서 있었다.
서로 닿지 않는 영역에 서서
각자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었지만
결코 만날 수는 없는 상태.
기차 선로 위에 서서
다리를 아래로 늘어뜨린 채
한참을 앉아 있었다.
이번에는 정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만 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