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가져온 집 밖 단절과 장기 휴직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생각지 못했던 휴직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업무에 자부심이 대단했는데 막상 이런 상황이 되니 가끔은 처량해지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좀 그렇습니다. 일은 하고 싶긴 합니다. 예를 들어 누가 진급을 했다거나, SNS에서 커리어 빵빵하게 쌓고 있는 선후배들 얘기를 보거나 하면 좀 그렇습니다. 나만 도태되는 건 아닌가 잠시 이런 생각이 스치기도 합니다. 직업인으로서, 충분히 이런 제 맘을 이해해봅니다.
6개월을 휴직하면서 하루 종일 혼자 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혼자라서 외로운 시간도 있지만 서른이 넘으니 이 시간도 즐길 줄 알게 되나 봅니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커피 마시고 음악 듣고 산책하고 넷플릭스를 봅니다. 저와 보내는 시간이 나름 좋습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한창 일하고 있을 이 시간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좋습니다.
그런데 마음은 말랑해지는 것 같습니다. Hospitality업에 종사하니 주변의 업계 동료들 이야기를 뉴스든 어디든 자주 듣게 됩니다. 누구는 명예퇴직, 어디는 무급휴직, 갑자기 퇴사나 이직을 권유받거나 다른 부서로 변경되는 등의 속상한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그래 차라리 이럴 땐 속세를 떠나 있는 게 맘 편하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분들 이야기를 들으면 남 일 같지 않습니다. 괜히 마음이 뭉클해지고 그들의 앞길을 혼자 속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남아서 고생하는 분들도 이해가 됩니다. ‘운 좋은 사람들’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분명 안도의 한숨을 쉬는 이들도 있겠지만 , 그 한숨 안에 담긴 직장인의 애환을 이해해봅니다. 우리는 모두 피해자라 여기고 싶은 마음입니다.
3월 이후 주변의 지인들이 연락 오면, 열의 아홉은 “요즘 난리던데, 괜찮아요?” 라거나 “힘들죠. 좀 어때요”등의 질문으로 안부를 물어주십니다. 첫 두 달 정도는 괜히 스스로 쉬는 게 어색하여 “너무 좋은데요?”라며 진심 반 자존심 반으로 목소리를 한 톤 높여 대답한 적도 있습니다. 한 달만 생각했던 저의 의도와는 달리 두 달, 세 달 휴직의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이거 꽤 길어질 수도 있겠다.’ 같은 생각과 함께 마음이 널뛰는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언젠가는 왜 하필 나한테?라는 처량한 질문과 괜한 서운함이 여기저기를 마음을 쑤시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정말로 꽤 길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순간, 마음을 단단히 먹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다스리기로 다짐했습니다. 이 코로나를 끝까지 잘 버텨서 내 2020년의 다음 챕터를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하고 싶었던 공부나 책도 읽고 요리를 하고 빵을 구웠습니다. 어찌 보면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에도 감사합니다.
최근에는 요즘 어떠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제는 자존심 지키려고 하는 대답이 아니라 정말 제 안부에 대한 대답입니다.
“독야청청하며 잘 지냅니다. 잘 지내시죠? :) 건강 잘 챙기세요! 건강이 최고입니다.”
상담과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늘 궁금해하던 사람의 마음과 감정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습니다. 바라보는 해석에 종종 긍정 필터를 씌우기도 하는 덕분에 제 마음의 파도는 비교적 잔잔함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아픈 이야기에 완전히 노출되어있는 요즘은 내 일 남의 일 가릴 것 없이 마음이 아파 눈물을 훔칠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지금이 끝이 아니니, 꼭 더 잘되길 빕니다.’ 기도합니다. 더 성장하고 깊어지는 삶의 소중한 시간을 갖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코로나로 인한 반강제 휴직이 아니라, 나만의 안식년이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도 소중한 하루를 잘 누리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며 다짐해봅니다. 덕분에 쉬고 있지만, 사실 회사 일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이 시간이 그리울 테니 열심히 오롯한 저만의 혼자 시간을 누려보렵니다. 삶은 감자 말고, 감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