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가게를 도와드리다가 넘어져서 바닥에 정통으로 코를 박았다. 엄청 아팠지만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월요일에 코에 깁스를 하고 눈까지 파래져 출근하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절대 안 되는 말이었다.
놀란 오빠가 데리고 응급실을 갔는데 엑스레이를 찍으니 코가 부러져 있었다. 코피가 안 난 게 이상했다. 바로 다음날 이비인후과를 갔는데, CT를 찍었더니 의사 선생님이 부러지지는 않은 것 같으니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코를 바닥에 박고 빠직, 이라는 소리를 들은 순간 이거 뭔가 크게 잘못되었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잠이 들기 전, 코가 사실은 부러진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엑스레이도 보았지만, 그래도 눈을 감고 괜찮아진 내 모습을 상상했다.
결과는 내 바람과 맞았다. 군데군데 흔적이 남긴 했지만 내 운과 바람에 감사한다. 생각해 보면 운이 참 좋았다.
이 운으로 내 삶의 방향을 결정했다. 코가 부러졌다는 응급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내가 고민했던 문제들은 내 건강 앞에 아주 사소해졌다. 건강을 지켜준 운을 가지고, 삶을 더 나아가기로 했다. 원하는 방향대로 시도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무엇보다 누구보다 나 자신을 위한 하루를 시작하기로 했다.
p.s 배경 사진은 독일 베를린의 어느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