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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psyviolet Feb 24. 2023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나.

일지 20230222

Falling apart.

언제부터였을까, 꽤나 단단하고 흔들림 없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만 있을 것 같았던 나의 자아가 내부에서 분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던 때가. 돌이켜보면, 외부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충격파가 보강간섭을 하게 되었을 때, 아물어 가고 있는 혹은 미처 회복되지 못한 나의 상처를 파고들어 내부에 충격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던 것이 발단이 되지 않았을까?

나는 그렇게 겉은 점점 차갑고 무뚝뚝하게 속은 점점 공허한 빈 껍데기만 남을 때까지 무너져 내렸다.


지금 글을 쓰는 시점에서 어젯밤, 너무도 외롭고 쓸쓸한 마음이 차마 가시질 않았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이 기분이 싫어서 평소의 나였다면 절대 하지 않을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의 저녁 식사도 해보고 애써 대화에 참여도 해봤다. 사실 나는 잘 알고 있다. 이전에도 이런 시도를 여러 번 해봤지만, 내 본질은 이러한 행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히려 나를 갉아먹는다는 사실을.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철저한 고독만이 내 곁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어느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고, 앞으로도 쭉 변함없이 이어질 무관심의 향연은 적막과 고독만이 나의 유일한 친구임을 다시금 각인시켜 줄 것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나는 식사를 마치고 도망치듯 집으로 돌아왔다. 더욱 공허해진 마음을 가득 안은 채로 견딜 수 없던 나는, 집 앞에 내가 자주 가는 바로 발걸음을 향했다. 사실 그동안 술을 최대한 멀리하고 싶었다, 술이 들어가면 나의 머릿속은 잠시나마 고요해지지만, 술이 깨고 난 후의 역체감은 참으로 고통스럽기 때문. 하지만 요즘은, 그리고 어제는 잔뜩 취해서 불가항력적으로 잠에 이르는 것만이 나의 고통의 시간을 무의식 중에라도 흘려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술을 한두 잔씩 마시다 보니 갑자기 내 두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다행히 구석진 자리에 혼자 틀어박혀 있어 아무도 볼 수 없을 테니 스스로의 체면을 애써 지켜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눈물은 내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끊임없이 새어 나왔다. 눈물샘을 틀어막으려 애를 써봐도 이미 내 통제를 벗어난 상태였다. 그렇게 나는 억누를 수 없는 눈물을 최선을 다해 흘려보냈다. 최선을 다해서 울면 눈물이 빨리 그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의 고뇌와 고통의 감정을 가득 실어서 흘려보냈다.


사실 어제는 삶의 명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너무도 절망적이었고 나의 아픈 추억들과 다시금 직면하고 나니 영원히 그 상처는 아물지만 않을 것만 같았다. 다행히 살아남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는 품고 살아가고 있다. 현재의 내가 만드는 미래의 나를 그려보면 나는 이루지 못한 일들이 아직 있다. 그것을 실현하기 전에는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고 한다. 후회로 점철된 삶을 후회와 미련을 남기고 끝낼 수는 없지 않은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오직 음악만이 유일한 치유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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