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수입 브랜드에게도 판매량에서 밀린 국내 완성차 3사(르노코리아자동차, 한국지엠, 쌍용자동차)가 올해 신차를 앞세워 반전을 노린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에 비해 빈약하다고 지적받았던 라인업을 보강하면서 국내 시장 판매 3위를 노린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자동차 브랜드별 1~5월 국내 시장 판매량 순위는 ▷현대차(27만4886대) ▷기아(21만7422대) ▷메르세데스-벤츠(3만3352대) ▷BMW(3만1103대) ▷쌍용차(2만3592대) ▷르노코리아자동차(1만8715대) ▷한국지엠(1만3120대)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현대차·기아를 제외한 쌍용차와 르노코리아, 한국지엠의 시장점유율은 9.2%로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집계하는 국산차 등록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달 신규 등록된 신차 1~10위 중 쌍용차, 르노코리아, 한국지엠의 모델은 한 종도 포함되지 못했다.
완성차 3사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밀려나는 이유는 빈약한 신차 라인업 때문이다. 법정 관리와 재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차는 물론, 르노코리아와 한국지엠 역시 판매량 부진과 생산 효율성 저하 때문에 모기업으로부터 신차 모델 개발과 생산을 배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각사가 사활을 걸고 있는 신차가 하반기부터 속속 국내 시장에 도입되기 때문이다.
경영 정상화에 나선 쌍용차는 하반기 회사의 명운을 건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토레스’를 출시한다.
토레스는 투싼이나 스포티지 등 준중형 경쟁모델보다 긴 전장(4685㎜)에 703ℓ의 넉넉한 트렁크를 가져 덩치 측면에서 유리하다. 쌍용차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무쏘와 코란도를 연상시키는 디자인과 싼타페나 쏘렌토 등 중형 SUV보다 비교적 저렴한 2690만~3040만원(사전계약 기준)의 가격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한국지엠은 최근 경영 정상화를 위해 로베르토 렘펠 사장을 새로 선임하고 브랜드 전략부터 새로 짜고 있다.
쉐보레 브랜드에서는 1.5ℓ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을 탑재한 이쿼녹스 부분변경모델을 선보였고, 하반기에는 SUV와 픽업트럭 중심의 프리미엄 브랜드 GMC를 공식 도입할 예정이다. GMC는 국내 진출 첫차로 ‘시에라’를 선정하고 인스타그램 채널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차세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출시가 예정돼 있다. 렘펠 사장은 “창원과 부평에서 생산될 차세대 글로벌 신제품은 GM 한국사업장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핵심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초 사명을 바꾼 르노코리아 역시 스테판 드브레즈 신임 사장을 선임하고, 연말 ‘XM3 하이브리드’ 등 라인업 강화에 나선다. 르노코리아는 XM3 하이브리드가 유럽에서 성공을 거둔 만큼 부품 수급만 잘 되면 국내 시장에서도 인기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4년 선보일 친환경 하이브리드 신차는 중국 최대 민영 완성차 업체인 길리자동차그룹의 CMA 플랫폼에 기반해 개발된다. 드블레즈 사장은 “르노가 개발한 유럽형 차종에 비해 크기나 출력 면에서 나아져 한국 소비자들의 깐깐한 기준에 부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원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