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차 시장에서 쌍두마차격으로 ‘미니미’ 세그먼트를 견인해온 경쟁 모델을 꼽는다면 단연 한국지엠 ‘스파크’와 기아차 ‘모닝’이다. 태생적으로 보란듯이 벤치마킹 체인지를 이어온 이들 두 차종은 가성비와 주행실력·전후면 디자인 등이 갈수록 비슷해져 1000만원대 초중반에서 차량을 추천할 때에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성장했다.
이 중 배기량 999cc짜리 가솔린 심장을 단 스파크(더 뉴 스파크)는 모닝 대비 차체강성과 주행 성능 요소가 상대적으로 우세한 경차다. 반면 모닝과 비교해 쉐보레 특유의 단순한 실내 디자인을 고수한 점이나 초기 가속 성능이 떨어지는 부분은 이후 차기작 개발 과정에서 손봐야할 셀링포인트다.
차의 첫 인상은 예전 스파크와 비교해 더 당찬 느낌이 강하다. 실내 역시 군더더기 하나 없는 단조로운 설계를 이뤄 널찍한 공간감을 구현했다. 경차라서 2열이 좁은 형태이나 1열 시트에서 공간을 살짝 배려해주면 4인 가족이 탑승하기에 딱인 구조다.
한국지엠 차량 특유의 가벼운 핸들링도 강점이다. 유턴할 때도 핸들을 금방 원위치로 되돌릴 수 있다. 또 타이어 회전각과 핸들 회전각 간 비율(조향기어비)이 커 커브길을 돌 때 차량이 직진하는 방향을 부드럽게 조정할 수 있다. 변속 충격도 거의 없어 차체 떨림없이 안정적인 주행도 가능하다.
기울어진 길목에 멈춰설 때는 경사로밀림방지장치(HSA) 덕분에 오른발을 바쁘게 놀리지 않아도 된다. 전방충돌경고시스템(FCA)이 탑재돼 앞차와 차량 간격이 가까워질 때는 경고음이 울리고 운전석 앞유리에 경고등이 표시된다. 경차에서도 충분히 보호받고 있다고 느껴진다.
옵션으로 썬루프도 장착할 수 있다. 경차에 썬루프는 다소 낯선 감이 있지만 옵션 선택폭이 넓다는 점은 마음에 든다. 수동 내부 덮개와 다 열리지는 않는 외부 덮개는 구식이어서 옵션을 차량에 적용하기 위해 구색을 맞춘 느낌도 든다. 그래도 썬루프의 감성은 살아 있다.
급발진이나 급정거 없이 달려보니 연비가 14.6km/ℓ 쯤 나온다. 공식 복합연비인 15km/ℓ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다. 연비는 좋은 편이지만 연료탱크용량이 32ℓ로 적어 기름을 보충하는 게 번거롭다.
경차치고는 성능이 좋은 편이지만 경차 특유의 한계점도 느껴진다.
정차하고 있는 동안 차량이 옆을 지나가면 차체가 흔들린다. 비교적 노면 충격 흡수가 잘되지만 차량이 가볍고 바퀴가 작다보니 각이 서있다. 얇은 장애물을 달리는 경우에는 덜컹거림이 약간 심하다.
시트는 딱딱하고 좁은 편이다. 불편하고 단조로운 실내 디자인과 경차라는 점을 감안해도 좁게 느껴지는 트렁크 용량도 아쉽다. 또 브레이크 페달의 저항력이 다소 강해 정지신호를 받고 정차하는 동안 발목에 힘이 많이 실린다. 그래서인지 금방 발목이 피곤해진다.
가속성능은 ‘초기’ 스타트에서 모닝에 조금 살짝 밀리지만 가속력이 한번 붙기 시작하면 ‘날쌘돌이’로 돌변할 줄 아는 실력을 갖추었다. 예컨대 CVT 미션 특유의 기계적 구동력을 받아 급가속 요구 시, 엔진 회전수가 급히 오르긴 해도 정작 ‘가속도’는 한박자가 늦는 움직임이다.
그래도 더 뉴 스파크는 경차에 대한 소비자의 선입견을 상당 부분 깨트릴 수 있을 만한 성능을 갖춘 것만은 분명하다. 부담없이 탈 만한 생애 첫 차나 세컨드카로는 충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