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이나 된 우주가, 걸을 때마다 불이 번쩍번쩍거리는 시크릿쥬쥬 운동화를 사겠다고 해서 실랑이를 했다. 결국 내가 져 줬고 보라색 촌스럽기 그지없는 운동화를 들고 집으로 돌아온 저녁이었다. 씻고 침대로 가면서 내가 한마디 했다.
나 아, 오늘 엄마 정말 피곤했어. 일이 너무 많았어.
우주 나두. 정말 피곤한 하루였어.
나 니가 왜?
우주 아까 엄마랑 싸웠잖아. 그래서 피곤해.
나 니가 나랑 언제 싸워?
우주 아까. 시크릿쥬쥬 운동화 땜에 엄마랑 싸웠잖아.
나 우주야. 그건 싸운 게 아니야.
우주 그럼 뭐야?
나 니가 일방적으로 엄마한테 혼난 거야.
우주 뭐라고? 내가 혼났다고?
나 응! 니가 엄마 말을 안 듣고 떼를 썼고, 엄마는 널 혼냈고,
그런데 엄마가 너무 피곤해서 그냥 니가 사달라는 대로 사준 거야.
그런 걸 갖고 싸웠다고 하는 거 아니지.
우주 엄마가 사려고 했던 거랑 내가 사고 싶은 거랑 달랐고,
그래서 우리가 싸웠고, 내가 이긴 건데?
나 야! 그거 아니거든! 너 엄마한테 혼난 거거든? 떼쓰다가?
우주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네, 정말.
친구들에게 하소연을 했지만 모두 “그건 싸운 게 맞지. 심지어 네가 졌고.” 이렇게 대답했다.
다 나의 오해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