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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김서령 Jan 03. 2022

[우주는 여섯 살] ep.80_이건 싸운 게 아니라고



여섯 살이나 된 우주가, 걸을 때마다 불이 번쩍번쩍거리는 시크릿쥬쥬 운동화를 사겠다고 해서 실랑이를 했다. 결국 내가 져 줬고 보라색 촌스럽기 그지없는 운동화를 들고 집으로 돌아온 저녁이었다. 씻고 침대로 가면서 내가 한마디 했다.    

 

나        아, 오늘 엄마 정말 피곤했어. 일이 너무 많았어.

우주     나두. 정말 피곤한 하루였어.

나        니가 왜?

우주     아까 엄마랑 싸웠잖아. 그래서 피곤해.

나        니가 나랑 언제 싸워?

우주     아까. 시크릿쥬쥬 운동화 땜에 엄마랑 싸웠잖아.

나        우주야. 그건 싸운 게 아니야.

우주     그럼 뭐야?

나        니가 일방적으로 엄마한테 혼난 거야. 

우주     뭐라고? 내가 혼났다고?

나        응! 니가 엄마 말을 안 듣고 떼를 썼고, 엄마는 널 혼냈고, 

           그런데 엄마가 너무 피곤해서 그냥 니가 사달라는 대로 사준 거야. 

           그런 걸 갖고 싸웠다고 하는 거 아니지.

우주     엄마가 사려고 했던 거랑 내가 사고 싶은 거랑 달랐고,  

           그래서 우리가 싸웠고, 내가 이긴 건데?

나        야! 그거 아니거든! 너 엄마한테 혼난 거거든? 떼쓰다가?

우주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네, 정말.      


친구들에게 하소연을 했지만 모두 “그건 싸운 게 맞지. 심지어 네가 졌고.” 이렇게 대답했다. 

다 나의 오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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