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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설가 김서령 Jan 03. 2022

[우주는 여섯 살] ep.79_오늘 행사 있어요



여동생이 며칠 휴가라며 우주를 보러 오겠단다. 

출발한다고 전화가 왔다. 우주 하원 전에 일을 끝내야 해서 대충 받았다.     


동생     뭐 사갈꼬? 

나        됐어.

동생     귤 좀 사까? 우주 좋아하제?

나        있어.

동생     그러면? 포도 좀 사가까?

나        됐어.

동생     샤인머스캣은?

나        좋아.

동생     비싼 건 좋대지.

나        우주가 좋아한단 말야.

동생     필요한 거 뭐 없나? 내 마트 갈 껀데 말해봐라.

나        없어.

동생     진짜 없나? 세제 같은 거 없으면 내 사가께.

나        없어.

동생     맥주는? 집에 있나?

나        없어.

동생     그러니까! 말을 하라고! 없는 게 뭐냐고!

나        알아서 사와.

동생     소주는 있나?

나        소주 싫어. 맥주만.

동생     진로이즈백도 싫나?

나        좋아.

동생     가시나, 한 번에 말하지. 이랬다저랬다 하고.

나        바빠.

동생     몇 병 사가까?

나        조금만.

동생     그냥 박스로 사까?

나        응.

동생     가시나, 마! 말을 하라니까!

나        쫌 알아서 해. 하원 시간 다 됐어.     


잠시 후 동생이 다시 전화를 했다.     


“아이씨, 내 쪽팔려 죽겠다! 마트에서 술을 빡스떼기로 사갖고, 무겁어갖고 트렁크에 좀 실어달라 했는데, 트렁크 안에 우리은행 뭐시기들이 짠뜩 있어갖고! 아, 돌겠다, 진짜로!”     


그러니까 이러했단다.     


사장     우리은행 다니능교?

동생     아, 네에.

사장     우리은행 오늘 뭔 행사 있능교?

동생     아, 네에.

사장     어딘교? 포항공대 지점인교?

동생     아, 아니고요…… 시내지점인데……

사장     아, 은행 행사 있으믄 주문을 하지를. 내 갖다줄 수 있는 데. 어디 지점인교?

동생     아, 괜찮고요…… 고맙습니다.

사장     근데 마 코로나 시국에 뭔 행사를 이래 크게 하능교?

동생     아, 그게요……     


작은이모 덕분에 우주는 샤인머스캣을 실컷 먹고 나는 칭따오와 진로이즈백을 실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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