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이 며칠 휴가라며 우주를 보러 오겠단다.
출발한다고 전화가 왔다. 우주 하원 전에 일을 끝내야 해서 대충 받았다.
동생 뭐 사갈꼬?
나 됐어.
동생 귤 좀 사까? 우주 좋아하제?
나 있어.
동생 그러면? 포도 좀 사가까?
나 됐어.
동생 샤인머스캣은?
나 좋아.
동생 비싼 건 좋대지.
나 우주가 좋아한단 말야.
동생 필요한 거 뭐 없나? 내 마트 갈 껀데 말해봐라.
나 없어.
동생 진짜 없나? 세제 같은 거 없으면 내 사가께.
나 없어.
동생 맥주는? 집에 있나?
나 없어.
동생 그러니까! 말을 하라고! 없는 게 뭐냐고!
나 알아서 사와.
동생 소주는 있나?
나 소주 싫어. 맥주만.
동생 진로이즈백도 싫나?
나 좋아.
동생 가시나, 한 번에 말하지. 이랬다저랬다 하고.
나 바빠.
동생 몇 병 사가까?
나 조금만.
동생 그냥 박스로 사까?
나 응.
동생 가시나, 마! 말을 하라니까!
나 쫌 알아서 해. 하원 시간 다 됐어.
잠시 후 동생이 다시 전화를 했다.
“아이씨, 내 쪽팔려 죽겠다! 마트에서 술을 빡스떼기로 사갖고, 무겁어갖고 트렁크에 좀 실어달라 했는데, 트렁크 안에 우리은행 뭐시기들이 짠뜩 있어갖고! 아, 돌겠다, 진짜로!”
그러니까 이러했단다.
사장 우리은행 다니능교?
동생 아, 네에.
사장 우리은행 오늘 뭔 행사 있능교?
동생 아, 네에.
사장 어딘교? 포항공대 지점인교?
동생 아, 아니고요…… 시내지점인데……
사장 아, 은행 행사 있으믄 주문을 하지를. 내 갖다줄 수 있는 데. 어디 지점인교?
동생 아, 괜찮고요…… 고맙습니다.
사장 근데 마 코로나 시국에 뭔 행사를 이래 크게 하능교?
동생 아, 그게요……
작은이모 덕분에 우주는 샤인머스캣을 실컷 먹고 나는 칭따오와 진로이즈백을 실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