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생명이 깃드는 순간

사랑하고 가꾸면 점점 행복해져요!

by 윤작가

은행 대출 받아 겨우 겨우 마련했던 집은 아빠의 노름빚으로 도저히 유지할 수가 없어 공중 분해되었다.

다달이 들어가는 대출 이자를 부담하기도 어렵고. 아빠의 병원비에 생활비에 수입보다 지출이 커지자

집은 우리에게 휴식처가 아닌 부담을 주는 짐이 되어 버렸다.


"집 팔아서 빚 갚을까?"


"그렇게 해요!"


신기하게도 엄마와 나는 이심전심인지 마음이 통했고 우리는 부동산에 빌라를 내놓았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처음 집을 샀을 때보다 가격이 올라있었다. 엄마의 명의로 된, 이제 겨우 우리 집이라고

마련한, 얼마 되지도 않은 아빠의 퇴직금과 은행 대출을 받아 산 집은 이제 더 이상 우리 소유가 아니다.


그 후로 우리는 새로 살 공간을 마련해야 했다. 엄마와 발품을 팔아가며 원룸부터 시작해서 가지고 있던

500만원에 맞는 집을 구하려니 쉽지가 않았다. 집을돈은 몽땅 빚 갚기용으로 없어졌고

겨우 500만 원만 건질 수 있었다. 전세를 얻기는 힘들 테고 보증금 500만 원에 제일 싸고 가장 넓은 집을

구하는 게 목적!


엄마와 나 두 식구가 살 집이지만 가구가 제법 되고, 조카들 장난감이며 자질구레한 물건들이 꽤 되어

버린다고 버렸는데도 아주 좁은 평수는 곤란했다. 그러다 눈에 쏙 들어오는 집이 나왔다. 2층이고 평수도

24평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방이 세 개이고 화장실 하나, 부엌. 바깥쪽에 테라스도 있다. 단지 한가지

흠이라면 도로 주변이라 소음이 약간 심하다는 것. 지방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잘 찾아보면 넓고

싼 집을 구할 수 있다. 달에 35만 원을 주기로 하고 2년을 살았고 그 다음해는 40만 원을 주었는데 주인이

사정이 생겨 우리는 또 다른 집으로 이사를.......


지금 사는 집도 방 세 개에 화장실 하나, 테라스가 있다. 최대의 단점은 도시 가스가 들어오지 않고 기름

보일러를 돌려야 한다는 것. 부품이 낡아 변기와 보일러 통을 갈기도 했다. 그러나 이 집도 면적이 넓어

활용하기는 좋다. 물론 더운 날 반갑지 않은 곤충의 습격에 놀라기도 하지만.


어머니는 평소 꽃나무를 좋아하신다. 우리는 마당이 없기 때문에 키 큰 나무를 심을 수 없고 실내에서 키우는

작은 꽃나무나 다육이들, 음료수 병이나 전복 껍데기를 활용한 인테리어를 해놓았다.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좋고 꾸미기를 즐기는 동생이 구피도 사와서 뜻하지 않게 어항까지 생겨 졸지에 대가족!


위에서 찍은 구피네 집. 전복 껍데기 사이에 벌어진 틈은 그들만의 안락한 공간!


전복을 먹고 난 다음 껍데기를 깨끗이 씻어 말린다. 그리고 어항의 물을 갈아줄 때 전복 껍데기를 넣어주면

구피가 거기를 침대삼아 자기도 하고 새끼를 밴 어미 구피의 은신처가 되기도 한다. 또 동생은 전복 껍데기에

작은 다육이를 심어 화분으로 활용했다.


하나 둘 식구들이 늘어났다! 집에 남아도는 그릇을 화분 받침대로 활용한다. 큰 단지에 또 다른 구피네가 산다.


커다란 나무는 화분 가격도 포함하여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우리는 평소 지나치다 마음에 들거나

눈길을 사로잡은 꽃나무가 있으면 우선 사가지고 온다. 흙은 집으로 벌레가 출현하지 않게 소독된 깨끗한

흙을 따로 사오고. 집에 안 쓰고 굴러다니는 작은 화분에 분갈이를 해준다.


마시고 남은 음료수 병에 가지를 잘라 꽂으니 제법 운치 있다! 때로 이가 빠졌거나 낡아진 그릇을 받침대로 활용.


사람도 사람끼리 모여 살듯 작은 다육이들도 자기들끼리, 자잘한 화분들도 모아두면 공기 정화에도 도움이

되고 환경 미화에도 일품이다.


별 거 아니지만 동생이 인터넷에서 싸게 구입한 2층 탁자. 바닥에 있던 친구들을 층별로 모아두니 한결 보기가 좋아졌다!



화장실 옆 테라스에 단상을 활용해서 줄 세운 모습. 인테리어 책을 보고 장화를 화분으로 활용!


내 방 컴퓨터 덮개는 외할머니의 유품이다. 살아생전 재봉틀로 여러 가지 보자기나 한복 치마를 만들기도 하셨고 베개잇에 직접 수를 놓아 사용하셨다. "우리 오매(경상 방언)가 만든 건데......." 하시며 자신의 어미를 그리워하시는 나의 어머니. 외할머니는 머리를 길게 길러서 비녀를 꽂으셨다. 연세가 많아지셔서는 어깨선까지 오는 길이로 잘라 올림머리를 하셨지만. 평소 자신의 빠진 머리카락을 모아 뭉쳐서 바늘꽂이를 만드셨는데 어머니 말씀으로는 그렇게 하면 바늘이 녹슬지 않는다고 한다.


사진은 외할머니께서 손수 만드신 덮개(나는 컴퓨터 먼지 방지용으로 쓰고 있다)와 바늘꽂이.



현재 누구의 명의로 되어있냐보다 거주하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에 따라 집의 모양새도 달라진다. 사는 사람이 주인이니까. 그래서 우리는 가는 곳마다 주인 의식을 가지고 살뜰히 꾸미고 생명이 움트게 하고 싶다. 생명이 생명답게 살아갈 때 모두가 행복해질 테니까.


사는 사람에 따라 집도 달라지는 게 아닐까? 햇살이 잘 드는 곳이라면 다육이를, 먹다 남은 전복 껍데기는 그냥 버리지 말고 깨끗이 씻 말려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은 반드시 내 소유, 커다란 공간에서만 탄생하는 것은 아니니까.


우리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을 한번쯤 둘러보고 더 아름답고 생기있게 가꿀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믿는다!


집은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마음을 정화시키고 생명을 키워나가는 소중한 공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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