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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Dec 12. 2023

행복, 낙심 속에서 피는 꽃

끝내 웃는 사람이 승자!

더 편하고 쉬운 길은 없기에


"피하거나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편하고 쉬운 길은 없다. 정면 돌파가 가장 빠른 길이다."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자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우승을 이끈 황선홍 감독의 말이다. 경기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어쩌면 저리도 냉철한가. 차분한가. 골이 들어갔을 때조차, 이기고 있을 때조차도 두 손을 파닥거리며 자중하라는 손짓을 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국민들의 기대 속, 큰 책임을 안고 있는 감독이라 마음이 무거웠을 텐데. 표정 변화 없이 담담하게 보이던 그가 대단해 보였다. 작은 일에도 마음을 애태우며 근심 속에 지내기 일쑤인 나와는 천지 차이.

정면 돌파! 그렇다. 황 감독이 추구하는 바는 편하고 쉬운 길, 낙심할 걱정도 없는 평탄한 길이 아니다. 피하거나 돌아가지 않고, 정면 돌파가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그 말이 위로로 다가왔다. 터널을 지나 끝내 웃을 수 있는 자가, 끝까지 가는 자가 승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권의 공저와 한 권의 저서를 낸 작가라고 하지만 무명이다. 언제까지 무명일지 알 수 없다. 걱정은 무명이라는 현시점이 아니라 어느 순간, 쉬운 길을 택하고 인생의 도전을 포기할지 모를 마음이다. 브런치나 페북에서 누군가의 출간 소식이 뜨면 반갑기도 하고 존경스럽다. 한편으로 언제 출판계약을 따내서 당당하게 책을 홍보할까 하는 염려에 새벽 2시까지 잠 못 들고 끙끙거린다. 그러나 잠이 보약인지라 일상을 살다 보면 몸이 깨어나고 기분이 나아진다. 위의 문장을 카톡 상태 메시지로 설정하고 전의를 다진다.

"포기하면 안 돼! 아직 일러. 얼마나 도전했다고 벌써 약한 마음먹어?

그깟 자존심 상해봤자 얼마나 상했다고 벌써 판단하니?"

 스스로를 일깨우고 용기를 주기 위해 혼자 다독이고 때로 채근하며 한 발 더 나아간다.


꿈부터 꾸기


"글쓰기는, 당신이 돈 한 푼 벌지 못해도 아무도 당신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유일한 작업이다."

- 쥘 르나르


오늘같이 날씨가 흐리면 기분도, 몸도 처지기 쉽다. 그럴 때는 글을 쓴다. 잘 쓰는 게 목적이 아니다. 그래서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마음이 생기면 당장 노트북으로 달려간다. 잘 쓰든 못 쓰든 무언가를 쓰는 행위는 커다란 이점이 있다. 독서와 마찬가지로 글쓰기의 힘이 있다. 물론 그것은 실천해 본 자들만이 직감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튼 고민거리가 있을 때. 돈 때문에 마음이 상할 때. 출간 걱정으로 잠 못 이룬 다음 날. 글을 쓴다. 그러면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스토리에 들어오니 구독자 수가 늘기는커녕 줄었다. 그래도 괜찮다. 마음속에 꿈이 꿈틀거리기 때문이다. 아직 이루고 싶은 소망이 살아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꿈부터 꾸어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뭐라도 해야 한다. 한 줄을 쓰든, 한 페이지를 읽든. 낙서를 하든, 실뜨기를 하든. 그 무엇이라도. 누군가를 상하게 하는 일이 아니라면 괜찮다. 꿈을 꾸어야, 마음에 열망이 생겨야 움직일 수 있으니까. 그래서 지금까지 왔다. 오래전에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끄적거리고 목차를 짜고 썼다. 책을 읽다 저자를 만나고 독서모임에 참석하고 공저를 냈다. 공모전에 도전하고 가작으로 당선되어 특전으로 책이 나왔다. 그런 식으로 한 걸음씩 내디뎠다. 그 시작은 꿈! 다름 아닌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미약해도 '항우'보단 '유방' 같은 리더십을


어제 학원 아이들과 논술 수업을 하면서 <<초한지>>에 나오는 초나라 항우와 한고조 유방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명문가 귀족 출신에 힘도 세고 따르는 사람들도 많았던 항우는 좋은 조건이었음에도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대신 시장 왈패처럼 거칠고 투박한 환경에서 자란 흙수저 유방은 사람들의 생명을 귀하게 여겼다. 그래서 만리장성 쌓기에 필요한 일꾼을 목적지로 데려가다,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해 다 죽을까 봐 그들에게 일부러 도망가라고 말했다. 심지어 항우가 알아주지 않아 속상했던, 최고의 군사 전략가 한신은 자신의 주군을 등지고 유방의 조력자가 되어 그를 승리의 길로 이끌었다.

금수저가 성공하기 쉽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사람을 이끄는 힘은 권력이 아닌 마음에서 비롯된다. 자신에게 있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누구든 포용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은 돈이나 권력이 보장해주지 못한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무명의 반란군 리더. 유방은 거칠고 가난한 환경 속에서 자랐지만, 자신에게 다가오는 이들을 품을 줄 알고 인재를 적절한 곳에 등용할 수 있는 지혜가 있었다.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때를 기다릴 줄 아는 겸손을 지닌 그가 결국 끝내 승리자가 되었다.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행복, 낙심 속에서 피는 꽃


이 브랜드를 광고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시험 기간, 2주 연속 샘인 제게 커피를 사준 제자를 자랑하기 위함입니다!^^

때로 행복은 불행을 타고 오는 듯하다. 지금은 불행의 모습을 띠고 우리를 찾아오지만, 우리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적절하게 변신하는 게 아닐까?

최근 학원 아이들이 많이 빠져 의기소침했던 어느 날. 시험 기간이라 보강 중이었다. 점심을 먹고 보강을 하기 위해 들어온 고등학생의 양손에 커피가 들려 있었다. 올해 들어 성적이 안 나와 궁여지책으로 시험 기간마다 보강을 시킨 아이였다. 2학기 1차 국어 점수가 많이 올라 내심 좋았던 걸까? 말없이 커피를 내민다. 뜻밖의 환대처럼 고마웠다. 그 마음이 귀했다. 그런데 그다음 주도 점심을 먹은 후 커피를 들고 나타났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한 번도 아닌 2주 연속 커피를 건네준 아이는 없었다. 그것도 자진해서 가져온 경우는...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지. 바로 글쓰기 소재의 주인공으로 삼아 이곳에 실어준다. 행복은 낙심 속에서도 충분히 꽃을 피울 테니!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에게 담은
무명에 획을 긋는
도박이자 도반이었을 것이다
- 정끝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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