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눈에 콩깍지!

자나 깨나 밥 걱정 어머니

by 윤작가

설 연휴 때 지인에게 비타민과 파스를 주었더니, 설향 딸기를 보내준다. 논산에서 생산한 건데, 카톡 선물하기로 받았다. 올 겨울 선물하기도, 받기도 해서 맛있는 줄 안다. 이번에 출하해서 그런지, 너무 싱싱한 건지 단맛이 지난번 먹었을 때와 다르다.


일회용품 버리기 아깝다고 한 번이라도 더 쓰는 어머니

딸기가 도착한 날, 공교롭게도 어머니도 딸기를 사 왔다. 어머니가 사 온 딸기는 잘고 무르다. 대신 단맛이 강하다. 설향 딸기와 마찬가지로 딸기 꽃잎 몇 장이 과일에 딸려왔다.

선물은 다 감사하지만, 어머니가 사 온 딸기만큼 맛있는 것은 없다. 세상에서 딸을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기에. 어딜 나가도 어린아이처럼 도시락 같은 밥상을 차려놓는다.

환경 호르몬 걱정에 일회용품은 바로 버리는 나와 달리 어머니는 지구를 위해 조금이라도 더 쓰고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빈 김통과 용도가 기억나지 않은 플라스틱 용기에 달걀 프라이와 데친 배추가 얌전히 놓여있다.


뚜껑을 열면 이렇다. :)

어묵 볶다 남은 양념에 밥을 비벼 어묵 볶음밥이 되었다. 정말 손 하나 까딱 안 하고 임금처럼 수라상(?) 받듯 호강이다.

찬밥 남으면 죽으로 끓이거나 볶아서, 한 끼 대용으로 활용하고, 화려하지 않아도 자연친화적인 밥상, 우리 집 엄마표 밥상이다.

어머니는 가끔 나이를 묻는다. 딸이 나이 들어가는 것이 애석한 건지, 당신의 늙어감에 대해서는 잊고 그저 자식이 건강하고 잘 먹고 지내길 바라는 부모 마음. 이런 마음은 배워서 되는 것일까? 타고나야 하는 것일까? 아직도 분간이 안 된다.


딸 눈에 콩깍지!

어제 남은 밥으로 오늘 아침 볶음밥이 멋진 작품처럼 보인다. 팔불출이 아닐 수 없다. 어머니 눈에도, 딸 눈에도 콩깍지가 벗겨질 줄 모른다.

오렌지 행성에 검정 무언가가 잔뜩 뿌려진 것처럼 보인다. 마치 sf 소설에 나오는 행성의 표면이 아닐까, 혼자 실없는 상상도 해본다.

힘이 들 때는 먹는 것을 생각한다. 스트레스받거나 불안이 심해지면 평소 먹지 않는 과자에 손을 대기도 한다. 보이는 대로 먹는다. 절제가 무너지는 것이다. 마음을 달랠 용도로 건강에 이롭지 않은 먹거리도 찾는다. 그래봤자 결국 먹는 이의 손해! 이런 나를 인지하고 글 쓰며 마음을 다진다. 돈 없어도, 돈이 없으니 건강이라도 챙겨야지 싶어서. 삶이 무료하거나 힘겨울 때는 한 끼 식사에 애정을 담는다.


이 시간을 잘 보내면, 맛있는 거 먹으면서 마음을 위로하자, 이런 식이다. 지금도 저녁 기다리며 이 글 쓰고 책 읽다 소셜 미디어 들여다보다 엄마의 밥상까지 와버렸다. 자유 시간이 많아질수록 느슨해지기 쉽다. 그럴 때는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할 일을 부여해야 한다. 어영부영 지나면 하루를 그냥 보내버리니까. 사람이 사는 즐거움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식도락이니, 오늘 저녁은 다들 건강에도 이롭고 맛난 것으로 위를 채워주면 어떨까? 이제 오늘 안에 읽어야 할 책 속으로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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