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이 많아진 이유
어머니 지인이 횟집을 운영한다. 서로 오가며 간식도 챙겨주고 친구처럼 덕담도 나누는 눈치. 언젠가부터 어머니 손에 생선이 들려있다. 김치도 들려있다. 장애가 있던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나물 캐서 다듬고, 김치 만들고, 생선 말려 파는 사장님과 어머니가 친해지면서 우리 집 반찬은 거기서 공수해 오는 편이다.
"국산 고사리, 만 원이다. 요즘 물가가 너무 비싸."
어머니는 지인에게 고사리와 말린 가지를 사 와서 미리 나물을 준비한다. 꼬들꼬들 식감이 좋다. 금양체질인 내게 둘 다 이로운 식재료이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다.
그런데 육류 싫어하는 나는 생선도 즐기지 않는다. 구울 때 나는 생선 비린내가 집안에 진동하면 기분이 안 좋다. 횟집 사장님과 친구가 되면서 팔아준다고 생선 반찬이 많아졌다. 이번 설에는 명태만 세 팩을 사셨다고 한다. 거기에 미리 사놓은 조기들까지. 맏이가 자궁근종 치료로 식이요법 중이라 고기를 안 먹어서인지 예전과 달리 육류 대신 바다 생선에 힘을 더하는 모습이다.
명태 전은 하얀 속살과 담백한 맛이 고소하다. 문제는 뼈! 아무리 발라냈다 하더라도 끄트머리에 뼈가 한두 개씩 나온다.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그 과정이 번거롭고 싫은 것이다. 입이 즐거우면 속이 불편하고, 입이 괴로우면 속이 편안하다. 자궁근종 수술을 피하기 위해 매일 호르몬 약을 먹어서 여성 호르몬을 절제하기에 몸도 부실해지는 측면이 있다. 여성 호르몬을 절제하는 만큼 뼈도 약해질 것이고, 따로 영양제를 챙겨 먹지도 않는다. 한의원에서 8 체질 검사할 때 금양체질은 화학 성분에 약해서 영양제가 거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고 들었다. 음식으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
고기를 싫어하는 만큼 채소를 즐기니 비타민과 무기질은 괜찮은데, 단백질과 칼슘 부분이 우려스럽다. 그런 내게 바다 생선은 귀한 음식이다. 어머니가 직접 해주면 감사하게 먹으면 되는데, 그 뼈 몇 가닥 나온다고 난리이니 참 철부지 딸이다.
남은 건 사진이라서 열심히 찍었다. 어머니는 일 안 하고 휴대전화로 사진 찍는 딸을 한심하게 생각한다. 그래도 딸이니까 내버려 두는 거지. 호박전, 명태 전, 김치전에 이어 옛날 소시지-건강에는 이롭지 않은 재료와 공정-를 쌀부침가루에 묻혀 달걀물 입혀 프라이팬에 굽는 것은 내 손도 많이 갔다. 다른 것은 불 조절을 세심히 해야 되기에 가공 식품만 내 손이 가는 것을 어머니는 허락했다.
어머니 곁에서 손가락에 부침가루 뭉칠 때까지 쌀 부침가루-금양체질 위해 주문한 식재료-묻히고 그릇 들고 오가고, 수시로 어머니 어깨 주무르며 도움이 되고자 애썼다.
"어머니가 우릴 위해서 이렇게 애쓴다는 것을 증거로 남겨야죠. 그래서 사진 찍는 거예요."
이 말에 웃는다. 사실이다. 먼 훗날, 이 땅에 어머니가 없을 때 자식들과 손주들을 위해 애쓴 그녀의 흔적, 사랑의 수고를 알리기 위한 윤 작가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사랑 많은 어머니도 한평생 징그럽도록 시댁에 충성(?)한 사람이라 명절에 시댁 가서 음식 하는 마음과 지금 식구들을 위해 음식 하는 마음은 분명 다를 것이다. 요즘 오른쪽 어깨가 아프다고 수시로 힘겨워하니 사서 먹거나 내가 해야 할 날도 올 것이다. 지인들이 명절 때 무사하기를 빌면서 조심스럽게 지켜보기도 한다.
"자랑하려고 찍니? 못 먹는 사람들 서럽게..."
늘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어머니 이야기. 부모님 돌아가시고 명절 음식 안 하는 지인들이 가까이 살면 나누면 좋은데, 다 멀리 있다. 누가 안 해주면 내가 하면 된다. 혼자여도 자신을 위한 밥상을 정성 들여 차리면 된다. 자랑이 아니라 증거를 남기기 위해 사진 찍는 마음을 어머니가 알든 모르든,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보고, 사진 찍고, 글 쓰면서 되새기는 어머니 마음.
"잊지 않으려고 찍어요. 그 사랑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