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의 출근길

평범한 일상1

by 주태훈




봄바람 불어오는 어느 날이었다. 2년 차 직장인인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 준비를 한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준비를 마치고 차에 올라 시동을 건다. 시동을 켜고 엑셀과 연결된 레버를 당긴다. 매일매일 교통체증과 마주하지만 그럼에도 자동차로 출퇴근하는 이유는, 이것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며 조금 특별하지만 그렇다고 크게 다르지 않은, 보통의 하루를 살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한 가지 질문이 생길 것이다. 과연 나처럼 몸이 불편한 장애인은 어떻게 운전하는가에 대해. 사실 장애인이 운전하는 차라고 해서 대단히 특별한 것은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차량 내부에 특수한 장치가 추가로 달려 있다는 것이며, 그 외엔 일반 차량과 똑같다.


다리가 짧아 액셀과 브레이크를 발로 조작할 수 없는 나는 모든 조작을 손으로 해결한다. 오른손으로는 기어와 운전대를, 왼손으로는 액셀과 브레이크, 그리고 방향지시등 및 비상등을 조작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기어와 핸들을 제외한 나머지 장치들을 하나의 레버로 연결해, 운전석 쪽에서 운전자가 잡을 수 있게끔 만드는 장치를 달았기 때문이다. 즉 액셀과 브레이크는 레버를 당기고 미는 식으로 컨트롤할 수 있으며, 다른 장치들은 손잡이 쪽으로 끌어와 간단한 손가락 움직임만으로 조작이 가능하게끔 만들었다. 단 차량 구조상 모든 부수 장치들을 끌어올 수는 없기에, 와이퍼 및 사이드 브레이크 등은 차량에 기본 장착된 장치들을 통해 조작한다.

어느덧 운전한 지도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그저 누구의 도움도, 방해도 없이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로이 다닐 수 있기를 원해 시작했다. 이동이야 대중교통으로도 가능하지만, 힘들지 않거나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역까지 힘들게 걸어가거나 적지 않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사람들 사이에 힘겹게 끼어 있어야 하는 등의 힘듦을 더 이상 겪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이걸 성공한다면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대부분 사람에게 운전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오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일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게 있어 운전은 마치 새싹이 얼어붙은 땅을 뚫고 올라오듯, 또 하나의 벽을 넘는 일이었다. 운전이라는 행위를 함에 있어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터득해야 했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이야기를 특별한 것으로 만들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일을 해내기 위해, 내가 취한 방식과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누군가에겐 평범해 보이는 일도 누군가에겐 비일상적인 일이며, 이를 해내기 위해선 각고의 노력과 다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어느새 꽃이 피는 계절이 돌아왔다. 반복되는 일상 속, 차창으로 보는 계절의 변화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운전을 막 시작했을 땐 여느 초보 운전자처럼 앞만 보느라 주변을 둘러볼 여유 따윈 없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풍경을 보기 위해 운전을 할 정도로 진심이 되었다. 조금 더 넓어진 시선 속에서 마주하는 모습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내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을 실감 나게 해주는 하나의 순간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모든 일들은 내게 뿌듯함으로 남고, 동시에 ‘평범한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는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길을 달린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하루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것들은 조금씩 쌓여간다.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은 변화일지라도, 그것들이 모여 나의 하루를 채워간다. 그렇게 일상은 계속되고, 봄도 그 안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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