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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지영 Sep 15. 2021

나도 '슈퍼밴드'가 될 수 있을까

나의 '특출함'이 필요한 자리 찾아가기, 함께 빛나는 관계

요즘 정말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JTBC <슈퍼밴드>2.

4라운드를 거쳐, 드디어 최종 6팀이 완성되었다. 


4라운드를 거치는 동안, 참가자들은 이렇게도 팀을 꾸려보고, 저렇게도 팀을 꾸려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더 이상 바뀌지 않는, 최종 결승진출팀 6팀이 완성되었다.  

이제는 진짜 '자기 팀'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슈퍼밴드>는, 특출 난 개인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함께 어울리는 '팀'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 과정에서 정말 소름 돋을 만큼 흥미로운 지점이 있었다. 


'시너지를 불러올 수 있는 팀원'을 찾지 못한 사람은, 그 개인이 아무리 특출 나다 할지라도 떨어진다는 점. 더는 올라갈 수 없다는 점! 


최종 결승 진출 6팀이 꾸려지기 바로 직전, 수많은 실력자들이 우수수 탈락했다.

그중에는, 첫 등장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특출 난' 참가자들도 다수 있었다. 


마지막 탈락자에 포함된 '발로'와 '다비'


마지막에 탈락한 참가자들 중 유독 눈에 들어온 사람들이 있었다. 미국 유명한 음악 대학교를 나온 음악 엘리트이자,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던 '발로', 그리고 음원차트에 자신의 히트곡을 많이 올려놓고 있는 능력 있는 젊은 작곡가 '다비'. 


개개인으로 보자면 그 첫 등장부터 모두의 눈길을 끌었고, 재능도 뛰어나다. 

그런데, 4라운드를 거치는 동안, 그들은 자신들과 합이 잘 맞는, '동반 상승 관계'를 만들지 못했다. 


개개인은 특출 났지만, 그 특출함이 필요한 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한 것이다. 

<슈퍼밴드> 오디션의 특징은, 

아무리 잘난 개인이라도, 그 잘남이 다른 사람과 어우러지지 못하면 더는 윗 단계로 올라갈 수 없다. 

그 잘남이 제대로 쓰일 수 있는 자리를 찾아야만 한다!




최종 결승에 진출하게 된 여러 참가자 중 가장 눈에 들어온 참가자는 '황현조'와 '황린'이다. 

최종결승에 진출한 '황현조', '황린'

두 참가자 모두 초반부터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개개인의 능력도 뛰어나지만, 두 사람이 심사위원들에게 가장 인정받은 것은 그들의 '프로듀싱' 능력! 

즉 전체 팀의 흐름을 만들고 이끌어가는 능력이었다. 


실제 그들은 4라운드를 거치는 동안, 자신들이 직접 꾸린 팀으로 여러 번의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마지막 4라운드에서 황현조와 황린은 같은 팀이었고 뛰어난 성과를 얻었다!

두 사람은 최종 결승팀으로도 함께 가고자 했으나, 

각자를 더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결국 두 사람은 다른 팀으로 가게 되었다. 


두 참가자의 공통점은, 

"우리에겐 당신이 꼭 필요해요! 우리 팀에는 당신이 꼭 있어야 합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

그들의 능력을, 그들의 특출함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팀원들이 있었다는 것! 


그래서, 각자의 특출함과 능력을 더욱 필요로 하는 팀원들에게 갔고, 

그렇게 최종 결승에 진출할 슈퍼밴드가 만들어졌다.

(우승을 해야 진짜 슈퍼밴드이겠으나, 이미 이 최종 6팀은 슈퍼밴드라 봐도 무방하다)


개인의 '특출함', '잘남'이 오직 나만을 위한 것이고, 나에게만 좋은 것이라면, 나의 빛남은 거기까지이다. 그 윗단계까지는 나아갈 수 없다. 슈퍼밴드가 될 수 없다. 


<슈퍼밴드>에서 대거 떨어지는 '실력자'들을 보면서, 마음 한구석이 저릿해졌다. 

특별히 마음 가는 참가자라 서가 아니다.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나 혼자 잘난 맛으로 팀의 리더 역할에 취해있다가 결국 모든 것이 좌절로 끝난 과거의 일들이 떠올랐다. 

  

어딜 가나 주목받는 편이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의 특출함이 보인다고 인정받는 편이었다. 

언젠가 누가 그랬다. "OO 이는 항상 빛나는 자리에 있다"라고.


나는 내가 빛나는 그 순간에 취해있던 것일까. 

어느 순간, 팀의 조화, 팀의 시너지보다는, '나의 빛남'을 보는 것이 더 좋았던 것일까.


나의 빛남은 남에게는 불편하고 필요하지도 않은 것이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뿜는 빛이 어느순간 상대에게 눈 따갑고 아픈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빛남이 더 오랫동안 빛나고, 더 환하게 반짝이려면, 
함께 빛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나에게도 그들의 빛이 필요하고, 그들에게도 나의 빛이 필요한 관계.

나만 잘난 것이 아니라, 너도 잘났고, 

상대의 잘남은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필요한 것이라는 것을 아는 것. 


슈퍼밴드가 되어 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굉장히 심오한 인생의 여정 같다. 


나도 슈퍼밴드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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