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전 즉흥 영어연기~♡

이게 바로 ADHD 엄마의 아침!

by 렉 걸린 일상


"엄마, 밥맛없어."


아침 7시 반, 야심 차게 꺼낸 밥과 상추와 참치 캔이 단칼에 거절당했다. 보통의 엄마라면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나 같은 ADHD 엄마는 0.1초 만에 뇌 회로를 돌려 요구르트와 빵을 세팅한다. 먹기 싫은데 먹으라고 못한다. 왜냐면 나도 싫은 일을 이제야 불혹이 다 되어서 드디어 하는데!! '플랜 B'라기보다, 그저 순간적인 '직관'에 가깝다.


꼬질꼬질한 내 상태가 눈에 들어온 순간, '지금 당장 샤워해야 해!'라는 강렬한 신호가 왔다. 아이에게 알아서 씻고 빵 먹으라는 미션을 던지고 욕실로 돌진했다. 내가 개운하게 씻고 나오는 사이, 기특한 딸아이는 스스로 씻고 옷까지 다 갈아입은 채 빵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대견해 사은품 준다기에 덜컥 신청해 둔 영어 학습 패드를 내밀었다.


"딸, 이거 한번 해볼래?" 그런데 웬걸, 아이가 알아서 기초 진단 시험을 척척 풀어나가는 게 아닌가.
"엄마! 나 24개 중에 10개나 알고 있었어!"


어깨를 으쓱하며 자랑하는 아이의 모습에 내 도파민이 폭발했다!


"세상에!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데 어떻게 10개나 알아? 너 천재 아니야?"


이때부터 우리 모녀의 아침은 갑자기 '영어 캠프'로 변질(?)됐다. 아이는 신이 나서 자기가 아는 단어를 나에게 하나씩 물어보기 시작했고, 나는 또 그 장단에 맞춰 '과몰입' 모드에 들어갔다.
"엄마, 이건 뭐야?"
"오, Smell~ Good! (코를 킁킁거리며 세상에서 제일 향기로운 꽃을 맡는 연기)"
"이건?"
"Sad...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비운의 여주인공 빙의)"



내 연기력이 폭발할수록 아이의 눈은 더 반짝였고, 우리는 깔깔거리며 단어의 바다를 유영했다.


체계적인 학습 계획이나 우선순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아이와 교감하는 이 '재미'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했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메서드 연기'를 펼치며 웃다가 문득 시계를 본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앗, 학교 갈 시간이다!"



집 앞이 바로 학교라 천만다행이었다. 부랴부랴 가방을 챙겨 들고 아이와 함께 현관문을 박차고 나갔다. 등교 시간 턱걸이 성공!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데, 아이가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엄마, 아까 영어 진짜 재밌었어!"


짜임새보다는 즉흥.

이게 바로 ADHD 엄마의 육아다.


우리는 정해진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건 서툴러도, 아이의 호기심이 반짝이는 그 찰나를 포착해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축제로 만드는 데는 선수다. 비록 아침마다 땀나게 뛰어야 할지라도, 아이의 기억 속에 '엄마랑 깔깔거렸던 아침'이 남는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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