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부터 24시까지 베이글 1개, 핫식스 1캔
새로운 학원으로 자리를 옮긴 지 이제 딱 한 달. 강의실의 공기는 여전히 낯설고, 칠판 앞에 서면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 둘의 등원을 챙기고 노동청에서 보내 달라 요청한 서류를 보내고 빨래를 널고 개고 오전 10시 반 알약 하나를 삼키며 중1~고1까지 학생 한 명씩 떠올리며 수업계획을 하고 내 하루를 위한 전투 준비를 마친다. 다항식 연산부터 나머지정리까지, 제각각인 학생들의 진도를 90분 안에 맞춰야 하는 내게 이직 한 달은 매일이 '첫 출근' 같은 무게다.
수학 강사라는 직업은 늘 나를 시험에 들게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일이 재미있다. 아이들의 막힌 문제를 뚫어주고, 헷갈려하던 개념을 이해했을 때 반짝이는 눈을 보는 것.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다는 건, 지친 내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이다. 이 즐거움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분주하게 문제집을 뒤적이며 수업을 준비한다.
"8시 전에는 좀 움직이지 그러니. 너 참 게으르구나." 시어머니의 말씀은 여전히 아픈 비수다. 밤새 약 기운과 사투를 벌이다 겨우 눈을 뜬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가혹한 평가. 둘째의 이불 실례를 치우고 등원 전쟁을 치르느라 이미 온몸이 땀에 젖은 나의 아침은 누구보다 치열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 몸의 진실은 오직 나만이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을. 내가 나를 인정해 주지 않으면 이 긴 터널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늘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차려주시는 고마운 시어머니. 어머님의 그 깊은 노고를 알기에, 노동청까지 오가며 어렵게 받아낸 퇴직금의 일부로 식기세척기를 샀다. 하지만 돌아온 건 차가운 거절이었다. 서러움이 맥주 한 캔에 녹아내린다. 결국 그 식기세척기는 우리 집 주방으로 자리를 잡았다. 어쩌면 잘된 일이다. 원치 않는 무리한 배려보다, 지금 내 습진 걸린 손과 부족한 휴식 시간을 지키는 게 더 시급하니까.
내년 11월에 예정된 분가. 그 희망을 담보로 오늘을 버틴다. 이직 후 한 달, 좌충우돌하며 적응 중이지만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부족한 나를 인정하고 내 속도대로 걷다 보면, 어느새 어디서든 학생들과 함께 수학 공부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나를 발견하겠지.
오늘 밤, 스스로에게 속삭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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