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가 필요했던 나, 비로소 숨을 쉬기 시작하다
4. 11. 토요일. 햇살 따뜻한 오후 무인카페에서
약을 5개월 꾸준히 약을 복용한 저에게 찾아온 뚜렷한 변화는 예고 없이 잠수 타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저를 지금도 지지해 주시는 정든 선생님들께서
'다 좋은데 예고하지 않고 터져버리는 게 안타까워. 그러고 나면 네가 힘들잖아.'라고 따뜻하게 해 주셨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보통의 평범한 징조의 기능을 잃어버린 나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힘든 걸 티 내지 않는 것에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느라
아마도 저는 대학생이 되자마자 결혼 직전까지 혼자 살았던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서
최소한 미리 예고하고, 또 약속을 지킬 수 없다면 그냥 잠수 타는 것이 아니라 양해를 구하는 것.
그 당연하게 해내야 하는 일이 저에게는 엄청난 변화입니다.
내가 고쳐야 할 점을 직시하고 그 일에 매달렸을 때
고치려고 이를 악물었는데 결국 한 달에 한 번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크게 아픈 저를 발견했어요.
그리고 내면의 불안을 어쩌지 못해 못 마시는 술까지 늘어가는 저를 보며
노력만으로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작년 10월 저는 정신과에 예약 전화를 했습니다. 첫 진료까지 기다리는 그 한 달이 얼마나 길고 두려웠는지.
결국 우울증은 주변의 지지와 적절한 처방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지가 있어야 개선됨을 느껴가고 있어요.
너무나 큰 우울은 나를 향한 부정이었기에 그토록 쓰고 싶었던 글을 도저히 쓸 수 없었던 저는
이제는 숨을 쉬며 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일에 가장 큰 동기부여는 물론 하늘에서 저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 나의 아이들.
아주 가끔씩 지금도 저를 찾아오는 번아웃.
글을 읽고, 글을 쓰며 카페에 들어오는 햇살 아래에서 살짝 미소 지을 수 있어요.
타고난 성향을 부정당함으로 마음 깊숙이 자리 잡은 우울이 있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많은 책들과,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사회 복지 시스템, 무엇보다 저의 몸부림을 알아봐 주고 칭찬해 주고 진심 어린 관심이라는 온기를 나눠 주신 분들이 있기에
저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오늘도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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