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복용일기(3)적응했다는 착각, 여기 에어콘 켰어

이게 대성통곡할 일은 아닌데. 여러분 어제 저 울었어요.

by 렉 걸린 일상


4. 9. 목요일. 하루 종일 내 마음 달래주는 비



약이 적응되면서 감정 기복이 다시 돌아오나?


저는 어제 오랜만에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참 별일 아니라 좀 쑥스럽지만


길거리에서 꺼이꺼이 울어본 기억은 어제까지 총 세 번이네요.


첫 번째는 가장 친한 친구가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두 번째는 학교 아이들 1박 2일 여행 인솔 후에 퇴근하여 6시쯤 피곤해서 누워 잠들고 있을 때 넌 애들 우는데 잠을 처자냐는 말을 들었을 때


그리고 어제,


모자를 벗는 게 예의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입니다.


원체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서 약 부작용으로 신경계에 이상이 생겼다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겨울에는 원래 싸매고 다녀도 안 튀니까 몰랐던 거 같아요.


3월쯤 어디선가 가볍게 돌리기 시작한 에어콘에


다른 사람들은 "여기는 왜 에어컨 안 켜?" 할 때


"아냐 여기 에어콘 켰어." 하고 쉬 하고 둘러보면 켜진 에어컨을 귀신같이 찾아내던 나.


어제 학원 수업을 마치고 늦은 시간 진행되는


존경하는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러 갔는데


에어콘 바람을 견딜 수가 없어서


아침마다 챙기는 니트 모자를 꺼내서 썼습니다.


저에게 "모자는 벗는 게 예의지."라고 말씀하신 분이 미운게 아니라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단정하게 모자 쓰신 분 없이 앉아 계신 곳에서


홀로 모자를 벗지 못하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해


화장실 간다고 하고 일어나 조용히 나왔습니다.


본능적으로 황급하게 인적 드문 길까지 나오니


울음이 복받쳐 올라옵니다.


다른 이유를 댔지만 본인 때문이라는 걸 알았는지 전화가 오는데


우는 목소리로 받기 싫어서 갑자기 속이 안 좋아져서 집으로 간다고 선생님 때문이 절대 아니라고 신경 쓰지 마시라 문자를 남겼습니다.


차 안에 가서 혼자 꺼이꺼이 울다 보니


나도 얼마나 많이 학생들에게 속 모르는 충고를 해왔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눈치가 좋은 편이 아니거든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교감선생님께서


너는 너 자신을 인정하는 게 참 장점이라고 말씀해 주셨던 기억납니다.


누구 앞에 내밀만한 상처도 못 되는 일이지만,


말하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니


이 공간이 저에게는 어린 시절 밤새 이야기했던 친구가 기다리는 공간 같은 느낌이 들어요!


혹시 저 같은 경험이 있으신 분들!


우리 힘냅시다! 내 나약함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자양분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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