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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렌디퍼 Oct 26. 2023

엄마, 아파서 죄송해요.

나는 6살.

이제 두어 달만 지나면 16살이 되는 우리 첫째 아이는 참 말이 없습니다. 갓 태어나 1-2년은 그리 서럽게 자주 울어재끼더니,  말이 트이고 난 후 감정표현을 참 안 했던 친구입니다. 그 흔한 장난감 한 개 사달라고 졸라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음, 어떤 날은 이런 일도 있었다지요.


일 한다고 바쁜 어미 덕분에 6살, 어린이집에 4살짜리 동생과 늘 새벽같이 등원하고 제일 늦게 하원하는 덕꾸러기 신세였지요.


어느 워킹맘의 저녁이 그러하듯, 그날도 부랴부랴 퇴근 후 제일 늦게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와 숨 쉴 시간도 없이 정장 차림으로 밥을 차리고, 다 먹은 놈부터 화장실로 보내 목욕을 시키려고 할 때였니다.


큰 아이가 욕실에서 벌거벗은 채 벌벌 떨고 있더라고요. 너무 춥다고요. 몸을 만져보니 불덩이였고 브라운 체온계는 38도를 훌쩍 넘게 찍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픈 6살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기는커녕, 그쳤습니다.


"왜, 이렇게 아픈데 선생님이나 엄마한테 말 안 했어? 너  말 못 해?"

지금 생각해도 참, 창피하고 엉망인 엄마였습니다. 워킹맘이라는 핑계로  시간 도망자가 되어 쫓기 살아가고 있었지요.


 엉망인 엄마인 저에게 6살 아이가 이야기합니다.


"제가 아프면 엄마가 힘들잖아요...

                           아파서 죄송해요, 엄마."


그 순간 아이 앞에 주저앉아 엉엉 소리 내어 통곡을 하고 말았습니다.



"뭣이 중요하길래, 6살 아이가 아픈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가게 만든 것일까?"


하룻밤을 하얗게 보내고 다음 날, 저는 10년의 직장 생활을 종료하였습니다.


그리고 이후  10년이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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