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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렌디퍼 Oct 27. 2023

엄마, 기부하며 살고 싶어요.

나는 중2.

대학을 졸업하고, 첫 입사 후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이직을 할 때도 단 하루의 공백기가 없었지요. 금요일까지 전 직장, 그리고 월요일 새로운 곳으로 출근을 하며 출산휴가도 100일을 채운 적이 없었어요.


워커홀릭이냐고요? 일을 너무 사랑하냐고요?

지금 다시 생각해 보아도 그건 아니었습니다.


그냥 목적 없이 '생존'만을 위해 살아온 저에게 '일'은 숨쉬기 위한 '공기'와 같았던 것 같아요.


그런 저에게 6살 아이의 그날 저녁 한 마디는 제 숨쉬기를 잠시 멈추기에 충분했습니다.



이후 저는 제2의 job을 찾게 되었고 이제 저는 이 일에 사명감을 갖고 다시 살고 있어요. 10년이 지났습니다.

6살 꼬마는 엄마보다 커버린 숙녀가 되었고, 사복을 입으면 영락없는 아가씨 모습입니다. 실제 신체적 성장도 끝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167cm, 마르거나 록은 보통 체격이에요. 그만 커라...)


여전히 말 수는 많지 않았으나, 몇 년 전 사건은 아이의 입술을 더욱 다물게 하기에 충분했다지요. 

5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은 약간 수다스러웠다고 해야 할까요?

둘째인 동생과 함께 여자 아이돌 이야기를 하며, 수다 삼매경에 빠질 땐 그저 평범한 중학생 소녀입니다.



며칠 전이습니다.

동생은 친구들과 밖에서 노느라 부재중이었고 저와 둘이 거실에 있게 되었는데, 뜬금없이 또 한마디를 뱉더라고요.


엄마, 제가 효도할게요.
대학교 가면 돈 벌어서 유럽여행 보내드릴게요.


참, 이 아이는 서두가 없습니다.

매일 참새처럼 "사랑해요."를 지저귀는 둘째 아이의 고백보다 더 가슴이 따뜻해졌어요.

진부하고 교과서적인  , 상투적인 저 "효도"라는 말에 내가 받아도 될까, 싶었습니다.


그러더니 또 툭 던집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기부하며 살 거예요.


아직 확실한 미래의 꿈을 찾진 못했지만,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기부'하며 살겠다고 떠드는 저 친구...

중학교 2학년 맞을까요? 아니, 5년 전 아비를 잃고 상처 받았던 아기새가 맞을까요?


아이들을 통해, 다시 태어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고 하잖아요. 저 또한 뒤통수 제대로 맞으며 행복한 고통을 느껴보았네요.


6살 꼬마는 이렇게 성장하여 16살이 되었습니다.

비록 우리 가족에겐 커다란 구멍이 있지만, 서로 그 구멍을 메우며 채우며 기워가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점차 그 공백이 다른 곳 보다 더욱 단단해지고 정교해지고 더 나아가 저희 가족에겐 고통을 잘 이겨낸 영광의 상흔으로 남아지길 바랍니다.


너의 그 길에 평생 후원자가 되어줄게.
언제든 둥지로 돌아와도 돼.

충분히 쉬었다 가렴.
엄마둥지는 늘 여기 있어.

나의 첫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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