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일어나 책을 읽기 시작했다.
특히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그들의 생각과 가르침대로 살며, 성공한 사람들을 쫓아 가기 바빴다.
나의 목표를 100번씩 쓰기 시작했으며, 진부한 꿈이라도 그 속에 취해서 정말 이룬 듯 기쁜 날도 있었다.
1년에 100권씩 씹으며, 장밋빛 미래가 꼭 올 거라 다짐했고 그래야만 했다.
그 덕분에 출판작가도 되어보고, 또 그쯤 브런치 작가도 선정되어 이렇게 감사하게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솔직히, 처음 '암'진단을 받고, 매우 쪽팔렸다.
누구보다 열심히 버둥거리며 살았던 내 모습이, 꺼져버린 풍선처럼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공기뿐인 풍선 안에 무엇인가 꼭 꼭 숨겨놓은 곶감이 있던 것처럼 '희망고문'안에 나를 밀어 넣었던 시간들.
결국 나에게 남은 건,
눈덩이처럼 불어버린 대출과, '암' 진단을 받고 쭉정이 같이 삐쩍 말라비틀어진 내 껍데기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달렸던 나는
차라리 아무것도 안 했다면 이런 일들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몰라, 하며 나를 비판하고 꾸짖으며
치료를 시작하며 한동안 책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책장에 빼곡하게 들어찬 나를 가르치던 자기 계발서들의 작가들에게 묻고 싶었다.
'과연,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벤트도, 성공으로 가기 위한 시련인가요?'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 보아도, 나를 설득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명분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난 나와 화해해야만 했다.
그렇게 버둥거리며 살고자 했던 나도, 나라는 사실을.
숨이 차고 호흡이 어려워지는 것도 모른 체 뛰고, 잠수하던 어리석었던 나를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이해하고, 안아주어야 살 수 있다는 진실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경험이라 하자.
실수라 하자.
교훈이라 하자.
배움이라 하자.
그리고 혼자 결론지었다.
"자기계발의 최고 방법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이제는 독서의 결이 많이 바뀌어 간다.
마음의 결이 부드러워진다.
아직도 부족한 나는 감정의 널뛰기를 하지만, 다행히 예전보다 안전하게 착지하는 방법을 알아간다.
자기계발러의 최후란 그런 것이다.
"나를 최고의 위험한 순간에서도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
나는 안다.
이 모든 것들은 그래도 치열하게 읽어대고, 부끄럽게 써 내려가는 작업의 최고의 순기능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