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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세렌디퍼
Oct 29. 2024
당신보다, 성공한 인생
친정엄마
둘째가 물었어요.
"왜, 엄마는
할머니한테 '엄마'라고 안 불러요?"
지금까지 '엄마'라고 다정하게, 아니 그저 필요에 의해 입 밖으로 내뱉었던 적이 , 글쎄요.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제 내년이면 마흔다섯이나 되는 아줌마가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지뢰밭에 서있던 아이였으니
편안히 그녀를 부를 수 있던 적이 없었어요.
나의 '엄마'라는 호칭은 타인에게 설명해야 할 때나,
혹은 급박한 사고가 터졌을 때나 외마디로 나올 때뿐이죠.
말이 참 없었대요.
울거나 보채지도 않아서 태어난 지 몇 개월이 지났을 때,
외할머니께서는 혹시 장애가 있는 건 아닌지 검사를 해보라고 권유할 정도였더랬어요.
아마 그 핏덩이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을 줄 안다고, 눈치 하나는 빠삭했나 봅니다.
내가 태어난 세상에서는 나의 눈물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요. 무조건적인 사랑 따윈 일찌감치 포기했나 봐요.
항상 울고 있던 사람.
늘 우울했던 사람.
자신의 분노를 나약한 새끼들에게 풀어낼 수
밖에
없던 사람.
이번에 암진단사실을 알리기까지도 시간이 가장 오래 걸렸습니다.
자식의 아픔을 보담기보다는 그로 인해 더 아픈 자신을 드러낼 것이 뻔하기 때문이죠.
세월이 흘러 더 늙어질수록 그렇게 우린 평행선보다 더 큰 각을 이루며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 봅니다.
많은 실패와 실수와 상처들이 난무하는 내 인생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나의 엄마보다 성공한 인생인 것 같습니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은 나를 '엄마'라고 불러주니까요.
그리고 사랑한다 말해주니까요. 때론 존경한다고 해주고 롤모델이라 칭찬해 주잖아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에게 살갑게 '엄마'라 부를 수 있을 날이 과연 오기나 할까요.
당신보다 내가 성공해서 기쁜 것도 아니고,
다시 곱씹어도
우리가 크게 나아질 것 같지 않아 씁쓸한 밤입니다.
그런데
훗날 이렇게 당신을 보내면 제가 많이 아프겠죠..
더 큰 상처와 흔적은 남기지 말기로 해요.
이미 우린 많이 미안한 사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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