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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렌디퍼 Dec 24. 2024

당신이 떠났던 날

하필, 크리스마스이브.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이자,

당신이 떠난 날이라

아이들과 함께 영가등을 올린 절에 다녀왔어.


날이 참 차갑더라.

법당 안은 또 왜 이렇게 더 춥니.


올해 많은 일들이 일어난 가운데

난 당신이 항상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믿어.

벼랑 저 끝까지 우리를 떠밀진 않을 거라고.

벼랑 끝에선 젖 먹던 힘을 다해 우리를 받쳐주고 있을 거라고.


훗날 내가 사후세계에서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고맙다고 쿨하게 인사 전할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지켜내고 있는

나를 보호해 줘.


살다 살다 더럽게 힘들었던 날엔

당신 흉도 보고

원망도 했던 거 사실이야.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결국

우린 아이들의 부모이기에

그 책임을 각자의  자리에서 다할 수 있는

현명한 엄마, 아빠로 남길 바래.



아이들이 소원도 빌고 소원등도 올렸어.

안 이뤄지면 다 아빠 책임이라고,

셋이 킥킥대며 기도했어.



또 올게.

따뜻한 봄이 오면.


그땐 당신도 더욱 편안해져 있길 바라.


참 그거 기억나?

당신 처음 기일에

큰딸이 그 추운 겨울날 납골당 앞에서

리코더로

"울면 안 돼" 연주해 주었던 거.

꽁꽁 언 손 녹여가며.


우리 가족, 이제 정말 울지 않게 힘 좀 써봐.

믿는다!믿어볼게!!!



안녕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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