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용이에요
프로그램을 몇 차례씩 반복 진행하자 슬슬 이제는 노하우가 생겼다. 관련 자료들도 계속 찾아보면서 조금씩 더 보완하고 개선했고, 이 프로그램이 확실히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때즘 단체 강연 문의가 들어왔다!
발표를 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중 앞 강연자로서의 분위기 만들기”라는 주제였다.
평소에 하던 셀프케어 위주의 워크샵 내용과는 조금 달랐지만 결국 본질은 같은 것,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사람들 앞에 나를 연출하는 것’ 이었기에 아주 즐겁게 준비했다.
오히려 같은 주제의식(자신감, 분위기연출)을 갖고 다른 상황과 맥락(일상 생활, 발표장 등)에 적용하는 연습을 하니 색다른 각도로 주제를 바라볼 수가 있어서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주제를 변주하고 업그레이드하려면 창의성이 요구되니 그것도 큰 챌린지와 동기부여가 되었는데, 그게 부담스럽지 않고 도전 의식이 생겨 즐거웠다.
교안 초고를 짜면 현진님께 객관적 피드백을 받으면서 세부를 수정해나갔다.
예시는 뭘로 들까? 워크샵에서 반응들이 좋았던 실습은 이번에도 현장에서 사용해야겠다. 중간중간에 아이스브레이킹 요소들도 좀 넣어주고...재미있는 참여 이벤트도 준비해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이 즐겁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지.
첫 강의 당일은 평일이어서, 회사에 연차를 내고 강의장으로 향했다. 해당 주제로 공식 단체 강연은 처음이라 전혀 떨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설렘이 더 컸다. 학생들이 이런 주제로는 수업을 들어본 적이 아마 없을 것 같은데 좋아할까? 아니 무조건 좋아하게 해야지!
결과는 생각보다 더 만족스러웠다. 학생들이 내 기대보다 훨씬 더 총명하고 똘똘한데다(나 대학생 때 저렇게 눈이 똘망똘망했던가...?)반응도 좋았고, 강의 도중에 PC가 꺼져버리는 불상사가 있었음에도 학생들이 오히려 “이 컴퓨터 자주 그래요ㅎㅎ”라며 여유 있게 반응해주어서 재미있게 강의를 마쳤다. 강의평과 후기도 좋았고, 스케줄을 마친 후 경주의 카페에서 현진님과 둘이서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 맛은 그 해 가을에 느껴본 것 중 최고라고 할 만했다.
그 이후로 종종 기관/학교 강의가 잡히기 시작해서, 이제는 여러 명이 나를 바라보는 강의장에 들어서도 긴장하지 않는 강사가 되었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우여곡절 아닌 곡절도 있었지만...
나 혼자 아이패드 한 대로 만들던 소소한 온라인 챌린지가 멋지고 똑부러지는 동료를 만나, 체계를 갖추고 각종 기관 앞에 내보여지는 데서 오는 보람과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면접을 대비한 면접자의 분위기 만들기”주제의 강의 후기에서, 4시간 연강 후 지친 나에게 날아든 한 문장.
“너무 좋은 강의였어요, 곧 고등학생이 되는 제 딸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내용입니다.”
딸에게 들려주고 싶으시다니.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주고 싶은 가치라니. 정말 그 한 줄로 출장 준비하면서 느낀 모든 피로가 언제 피곤했냐는 듯 가뿐히 날아가는 게 느껴졌다.
이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구나. 전달하고 싶은 가치가 명확하다면, 그것의 본질을 찾고 언어화해 프로그램과 서비스로 만들 수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유익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런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계속 )